중국산 조강 썼는데 ‘메이드 인 코리아’ 붙는다…학계·법조계 “국내 철강에 대한 평가절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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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철강제품에 대한 '한국산'(메이드 인 코리아)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산 조강(粗鋼·쇳물을 최초로 고체로 만든 철강 생산품)을 들여와 가공할 경우 한국산 제품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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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 격화 속 韓 철강재 조사↑
“장기적으로 한국산 철강 경쟁력 약화 가능성”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철강제품에 대한 ‘한국산’(메이드 인 코리아)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산 조강(粗鋼·쇳물을 최초로 고체로 만든 철강 생산품)을 들여와 가공할 경우 한국산 제품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갈등 속에서 자칫 국내 철강재 전체를 향한 규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재웅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난 26일 서울 연세대학교 광복관에서 열린 ‘국제 공급망의 전략적 재편과 무역 구제제도의 변화’ 세미나 연사로 나서 “(미국 등에서) 원산지 규정이 강화돼 시행될 경우에는 원산지 상품으로 철강제품이 분류되려먼 모든 제조공정이 협정 당사국에서 발생해야 한다”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조 변호사는 “수출 산업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철강 산업의 비중은 상당한 수준을 차지한다”면서 “수출과 수입에 대한 규제에 관심을 갖고, 학문적으로·실무적으로 계속해서 고민해야 현실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상당부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출 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해외 재료를 들여와 가공해서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띠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회수출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철강분야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산 우회수출’에 대한 조사를 늘려가는 점도 주의할 대목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철강분야에서 미국의 우회수출 조사는 26건 있었는데, 이 가운데 중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17건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실제 “한국이 중국의 경유국이다”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산 수출제품 전체에 대한 ‘평가 절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중론이다.
실제 최근 나온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국가의 법안들도 중국산 철강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출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5월 발간한 통상 리포트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로 인상하도록 지시했다.
이와 관련 무협은 “중국산 원재료를 수입해서 한국에서 가공 후 미국으로 최종재를 수출할 시에는 중국 기업의 관세 회피행위로 오인될 수 있다”면서 “한국산 제품이 여기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 숙고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산 조강을 활용한 철강재 수출이 한국산 철강 전체에 대한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값싼 중국산 조강을 활용해 철강재를 만들고, 한국산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 판매될 경우 품질 문제에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조강을 생산하는 철강사들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어차피 저렴한 중국산 조강을 활용해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라면, 국내에서 굳이 조강 제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조강산업은 최근 내수 감소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4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2122만t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10년 이후 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강으로 만든 중간제품도 꾸준히 재고가 쌓이는 추세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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