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두려운 ‘수면 무호흡증’…사상 첫 치료제 나오나

곽노필 기자 2024. 6. 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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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비만치료제 티르제파타이드 투여하니
1년 뒤 절반이 증상 완화 기준 넘어서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이 수면 무호흡증에도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자는 도중 호흡 정지 현상이 나타나는 수면 무호흡증은 돌연사 위험을 높이는 주요한 원인 증상 가운데 하나다.

비만 등으로 인해 목 안의 공간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보통 코골이를 동반한다. 증상이 심하면 혈중 산소 수치 저하로 고혈압,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등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고 생명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9억3600만명에 이르는 많은 이들이 수면 호흡장애를 겪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 약물은 없다. 현재로선 양압기(PAP)를 이용해 수면 중 공기를 지속적으로 기도로 공급해 주는 방법이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법이다.

그런데 최근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이 수면 무호흡증에도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사상 첫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진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이 있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체코, 브라질, 멕시코, 중국, 일본, 대만 9개국 469명을 대상으로 한 티르제파타이드 약물 요법을 시행한 결과 수면의 질이 크게 좋아진 임상시험 결과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발표했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제약 대기업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제2형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로, 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와 또 다른 장 호르몬인 GIP 유사체를 결합한 것이다. 상품명은 마운자로(당뇨병 치료제), 젭바운드(비만 치료제)다.

수면 무호흡증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고, 현재로선 양압기를 이용해 수면 중 공기를 지속적으로 기도로 공급해주는 방법이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법이다. 픽사베이

4~5명에 1명꼴 위장장애 부작용도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모두 중등도에서 중증의 수면 무호흡증에 시달리고 있는 비만인들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엔 10㎎ 또는 15㎎의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여하고, 다른 그룹엔 위약을 투여했다. 주 1회 복부나 허벅지 또는 팔뚝에 피하주사를 놓았으며, 주사 부위는 매번 바꿔줬다. 투여량은 2.5㎎으로 시작해 최대 용량에 도달할 때까지 4주마다 2.5㎎씩 늘려갔다.

1년(52주) 뒤 약물 효과를 측정한 결과, 약물을 투여받은 사람들의 수면 중 호흡 중단 횟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압기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된 사람도 있었다. 다만 일부 환자는 위장 장애 부작용을 경험했다. 4~5명 중 1명 비율로 설사, 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보였다.

양압기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1 임상시험에선 호흡 중단 횟수가 시간당 평균 51.5회에서 26.2회로 25.3회가 줄었다. 양압기 치료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2 임상시험에선 49.5회에서 20.2회로, 절반이 넘는 29.3회가 줄었다. 반면 위약 그룹에선 각각 5.3회, 5.5회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시험 참가자들의 평균 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각각 39.1, 38.7이었다.

연구를 지원한 일라이릴리는 최고 용량의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여받은 참가자의 43.0%(제1 임상시험), 51.5%(제2 임상시험)가 증상 완화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증상 완화’란 시간당 5건 미만의 무호흡-저호흡지수(AHI), 또는 시간당 5~14건의 무호흡-저호흡지수(AHI) 및 엡워스졸림척도(ESS=Epworth Sleepiness Scale) 점수 10 이하를 말한다. ‘엡워스 졸림척도’는 주간 졸림 증상의 정도를 평가하는 설문조사다.

티르제파타이드 투여자들은 또 위약 그룹과 비교해 수축기 혈압, 염증 표지자인 C반응성 단백질 등의 평가지표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여받은 참가자의 43.0%(제1 임상시험), 51.5%(제2 임상시험)가 증상 완화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이릴리 제공

일라이릴리, 치료제 승인 신청…연내 판가름 날 수도

연구를 이끈 아툴 말호트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호흡기 및 대사 합병증을 모두 해결하는 유망한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수면 무호흡증 치료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주로 비만인 사람에게 더 잘 나타나기 때문에 사실 체중을 감소시키는 비만치료제가 수면 무호흡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티르제파타이드의 장기적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또 다른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라이릴리는 이번 임상3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티르제파타이드를 중등도~중증의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 승인 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회사 쪽은 식품의약국이 비만 환자의 중등도-중증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를 신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점을 들어, 이르면 올해 말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했다.

*논문 정보

DOI: 10.1056/NEJMoa2404881

Tirzepatide for the Treatment of Obstructive Sleep Apnea and Obesit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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