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은 공항 이상의 공항, 글로벌 메가허브 꿈꾼다”
● 취임 1년 만에 경영 정상화, 영업이익 5325억 원
● 엔데믹 이후 실적 개선, 2023년 3년 만에 흑자전환
● 4조8405억 원 투입한 4단계 증설 연내 마무리
● 지방행정·의정 활동이 공사 경영에 큰 도움
● 인천국제공항이 하나의 ‘데이터 기반 AI 허브’ 되길
인천국제공항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인천 영종도 일대 바다를 간척해 활주로를 마련하는 1단계 건설공사를 거쳐 2001년 연간 30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공항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2·3단계 건설공사를 거치며 규모를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인천국제공항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인천국제공항은 명실공히 글로벌 톱티어 공항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9년 기준 취항 국가 수 58개국, 취항 도시 수 189곳, 취항 항공사 수 88개, 여객처리 7100만 명, 화물처리 276만t, 운항횟수 40만 회, 매출액 2조8265억 원, 당기순이익 8634억 원을 기록하며 세계 유수 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세계 1800여 개 공항 협의체인 국제공항협의회(ACI)가 발표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2005년부터 12년 연속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이용객이 급감해 타격을 입었다. 영업이익은 2020년 -3608억 원, 2021년 -9300억 원, 2022년 -5874억 원으로 3년간 1조9000억 원가량의 누적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다행히 2023년 포스트 팬데믹 이후 실적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2조2505억 원, 영업이익 532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취임 첫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이학재 사장은 취임 첫해를 인천공항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그 결과 엔데믹 이후 국내외 여행객들이 급증하던 때 빠른 속도로 공항 정상화를 이뤄냈다. 2017년부터 7년간 4조8405억 원을 들여 건설 중인 4단계 증설 사업도 당초 목표했던 2024년 말, 차질 없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은 연내 여객 수용 1억6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다. 6월로 취임 1년을 맞은 이학재 사장을 만나 경영 정상화를 이룬 소감과 정치인에서 공직자로 자리를 옮긴 소회에 대해 들었다.
대한민국 최대·최고 공항공사의 사장으로 1년간 일했습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세계 최고의 공항 전문가들이 만든 세계 최고 수준 공항의 사장을 맡아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런데 취임 당시 멈추다시피 한 공항 운영을 정상화하고, 산업 생태계 회복과 재도약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전직원이 합심해서 수요회복기에 디지털 혁신과 민관협력으로 항공 엔데믹 체제 전환에 혼란 없이 대응한 것은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객·화물 유치와 문화·관광·비즈니스가 연계되는 융복합 허브 개발 노력으로 3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4단계 공사가 현재 공정률 95.6%인데, 10월 완료되면 여객 수용 능력이 기존 7700만 명에서 1억600만 명으로 늘어나 '1억 명 메가허브 공항'으로 재탄생할 예정입니다. 화물 수용도 500만t에서 630만t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큽니다."
이 밖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1년간 여러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필리핀 공항 사업을 수주했고, MRO 기공식을 계기로 인천공항 경쟁력은 한층 강화됐다. 또한 IT 강국의 관문 공항으로서 이점을 살려 '디지털 대전환'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인천국제공항은 세상을 바꾸는 공항으로의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여객 실적의 80% 수준을 회복하고 영업이익 5325억 원을 거뒀습니다. 어떤 노력이 주효했다고 보나요.
"선제적으로 공항 운영 정상화를 꾀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엔데믹 이후 수요가 급증할 걸로 내다보고 지난해 8월 인력·시설·운영 전면 정상화를 선포해 수하물 대란 등의 혼란 없이 완벽하게 대응했어요. 항공운송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와 정책 공조를 이뤄 그동안 제한됐던 슬롯(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 용량을 기존 시간당 70회에서 75회로 늘린 것도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됐습니다. 핵심 네트워크 가운데 회복이 저조한 노선의 조기 복항을 위해 항공사 마케팅을 지원하고, 신규 항공사·노선 유치 루트회의에 참가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이외에 신규 면세점과 식음료 상업시설을 오픈하고, 비용 절감과 수익 확대 등 비상 경영으로 재무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 등이 3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한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4년은 디지털 대전환의 해
올해 초 '2024년은 디지털 대전환의 해가 될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습니다. 5개월여 지난 현재 어떤 디지털 대전환을 이뤘는지 궁금합니다."아직 완성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차근히 디지털 대전환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패스'입니다. 사전에 공항에서 탑승권을 등록해 두면 안면인식만으로 출국장과 탑승구를 통과하는 서비스입니다. 지난해 8월 첫 도입 후 2터미널에 전면 설치 중이고, 내년 4월까지 1·2터미널 전 지역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오프에어포트'도 디지털 대전환의 일환입니다. 공항 외 지역에서 수하물 체크인을 마치면 공항에 도착한 이후 체크인 없이 출국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죠. 지금은 서울 홍대 앞에 1개의 이지드랍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7월부터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와 서울 강남역 등에 추가해 총 5개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외에 △AI·AR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디지털관제시스템인 '스마트통합관제플랫폼' △다기종 로봇 36대 도입 △빅데이터 예측 기반의 지능형 공항 구현 등이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이런 기술을 얼마나 빨리 잘 활용하느냐가 그 산업의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공항도 마찬가지죠. 우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것을 일찍 깨닫고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4단계 건설 사업이 95.6% 완료됐다고 들었습니다. 이용객들이 직접적으로 느끼게 될 변화는 무엇일까요.
"4단계 건설 사업은 활주로를 하나 더 만들고 2터미널을 확장하는 공사입니다. 총 4개 활주로를 확보하고, 지금보다 더 넓은 2개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여객 수용 1억600만 시대를 열게 됩니다. 세계 최초로 5000만 명 이상 처리하는 2개의 터미널을 가진 공항이자 여객 처리 용량 기준 세계 3위 공항이 되는 거죠. 더 구체적으로는 △똑똑한 지능형 공항 △설레는 공항 △따뜻한 공항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디지털 대전환으로 스마트 기술을 구현한 지능형 공항이 되는 동시에 첨단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이용객들을 설레게 할 예정입니다. 이용객들이 출국장 안으로 들어오면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답답함이 있죠. 그래서 터미널 안에 창경궁 후원에 있는 승재정을 1대 1 비율로 그대로 재현해 한국의 전통미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어요. 또 천장에 키네틱 아트도 조성하고, 대형 미디어아트 스크린도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통 약자를 배려하고 가족 친화적 서비스로 따뜻한 공항을 구현하려고 합니다. 출발 게이트 지역에 교통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운송수단을 도입해 불편함을 해소하고, 발권과 짐을 부치는 일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보안은 공항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입니다. 작은 보안 관련 사고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이용객이 계류장으로 넘어가는 사태, 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된 사례가 있어 많은 국민이 걱정했죠. 코로나19로 여객 수가 급감하면서 보안 인력 숙련도가 떨어졌고, 엔데믹 이후 수요가 일평균 15배 급증한 데 비해 경력 3년 이하의 경험 부족 검색요원이 전체 22%로 투입되면서 보안 대응에 미비했던 것이 주원인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금은 보안이 굉장히 강화됐습니다. 보안 검색을 철저히 하도록 장비를 개선했고, 보안 검색 요원들의 교육 훈련을 철저히 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이 낮았던 것은 재무지표 비중이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상향되면서 득점이 저조해진 이유도 있습니다. 지난해 흑자전환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돼 등급 상향이 있을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천 검단동 출신 토박이 사장의 꿈
이학재 사장은 인천 서구 검단동 출신으로 인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인천에 대한 애정을 갖고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지방행정직에 도전했다. 인천 서구청장으로 6년 일했고, 2008년부터 인천 서구·강화군갑 지역구에 출마해 내리 3선을 역임했다. 의정 활동 12년 가운데 6년을 국토위에 몸담아 인천 지역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애썼다. 그런 그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는지 모른다.인천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어릴 때부터 꿈꾸던 바였는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 적은 없는데(웃음), 저희 아버지가 마을 이장이셨어요. 비가 억수같이 내리면 집에도 건사할 데가 많은데 마을 둑부터 막아야 한다고 동네 어른들과 보수하러 뛰어가셨어요. 동네에 초상이 나면 2박3일 집에 안 들어오시는 건 예사였죠. 시골에는 식당이 없잖아요. 저희 어머니는 식사 때면 늘 밥 한 공기를 아랫목에 놔두셨어요. 누군가 집에 오면 따뜻한 밥을 대접해야 한다고 하면서요. 두 분이 너무나 훌륭하셨고, 저희 부모님이 평생 그렇게 사시는 걸 보고 자랐기에 '나도 부모님 같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죠.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제가 세 살에 늑막염에 걸려서 부모님이 병원에 데려갔더니 의사가 '가망 없다'며 데리고 가라고 했답니다. 저희 부모님이 다 죽은 저를 놓고 밤새 기도하시며 간호했는데 기적처럼 살아났다고 해요. 크면서 스스로 '왜 하나님이 나를 살리셨을까' 하는 질문을 정말 많이 했고, 그런 물음이 저를 봉사하는 삶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으로 12년간 일하면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딱 절반인 6년간 국토위에 있었어요. 그래서 공항과 친숙한 측면도 있죠. 당시 제일 관심 가졌던 것은 인천 지역 교통 인프라 확충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공항에서 출발하는 GTX 노선을 어떻게 확충할까 해서 공항발 GTX 확장선을 토론회에서 제안했고, 서울지하철 9호선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것도 제가 2014년 국정감사에서 발견하고 추진했습니다. 원래 계획에 있었지만 공항철도를 놓으면서 이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거든요. 또 서울지하철 7호선을 인천까지 연장하는 문제,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문제 등 인천과 관련된 인프라 확충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외에도 교육위에 있으면서 교사들의 교권 회복 문제에 신경을 쓰기도 했어요. 선생님들이 바로 서야 교육이 바로 서는데 교권이 무너져 교육이, 교실이 무너지는 일이 늘어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지방행정, 의정활동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운영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인천공항에 오기까지 60년을 준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장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있으면 그걸 제 안에서 꺼내서 써야 하니까요. 특히 조직 규모가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구청장을 경험한 것이 공항공사를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국회에서는 예산을 균형 있게 배분하기 위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을 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국회 경험이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공기업 입장에서는 국회라든지, 정부의 문턱이 높을 수 있잖아요. 제 경우 국회에도 있으면서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심적 문턱이 높지 않죠. 그런 측면에서 제가 그 시스템을 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또 묵묵히 인천공항에서 일했던 분들이 국회나 정부와 협력해야 할 부분에 있어서 제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강한 업무 추진력과 원만한 소통 능력이 강점인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원과의 소통도 원활해 유연한 리더로 평가받는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앞으로 소통을 더 잘하라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웃음). 제가 특별히 소통을 잘하는지 모르겠으나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상명하복식이 아니라 상호 존중하면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해야 조직이 잘 돌아가잖아요. 저는 구청장 때부터 '일은 조직이 한다'는 조직관을 갖고 있어요.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 수행하는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생각을 갖고 노력해야죠. 그러려면 제가 잘 듣고, 제 생각도 솔직히 얘기하는 일이 필요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30~40대 직원 간담회, 직원과의 뮤지컬 관람, 온라인 소통채널 운영, 부서 간 대면소통 워크숍 '동감동감', 젊은 직원들의 조직문화 프로그램 기획 '내가PD' 등 여러 소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천국제공항이 국민에게 어떤 공항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금까지 인천국제공항이 교통시설로 국민에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드렸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이용객들에게 보다 신속, 정확, 쾌적, 안전한 교통시설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통시설뿐 아니라 즐길 거리, 볼 거리, 놀 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공항이 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출국 계획이 없는 사람도 공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공항의 맛집을 이용하고,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를 보러 오면 좋겠어요. 또 한편으로 공항은 세계인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하나의 전시장으로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시연하는 전시를 공항에서 하고, 공항을 하나의 데이터 기반 AI 허브로 만들 수도 있겠죠. 인천국제공항의 장점은 넓은 부지와 전력 수급이 용이하다는 것이어서 AI 허브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 글로벌 기업의 아태 지역본부를 유치할 수 있겠죠. 공항에서 이뤄진 창업과 연구로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다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공항이 역할 하는 그런 선순환이 이뤄지길 꿈꿉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