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내기도 힘들어" 벼랑 끝 자영업자…70조 '빚 청구서' 날아온다

권화순 기자, 정현수 기자, 이창섭 기자 2024. 6.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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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회전문에 갇힌 자영업자 (下)
[편집자주] 자영업자 연체율과 폐업률이 상승하고 있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빚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의 채무조정도 한순간이다. 빚은 도돌이표처럼 다시 돌아온다. 폐업 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자영업 폐업 후 같은 업종으로 재창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빚도, 재기도 모두 회전문에 갇혔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엄중히 보고 곧 관련 대책을 발표한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부의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자영업자 연체율 최고수준인데… 70조 빚 폭탄, 1년 후 돌아온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추이/그래픽=윤선정

내년 9월 코로나19(COVID) 사태 이후 수차례 미뤄왔던 빚 폭탄이 돌아온다. 70조원 이상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이 끝난다. 지금도 자영업자 연체 상황이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 9월 약 71조원의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이 종료된다. 차주 수는 약 34만명이다. 만기연장이 끝나면 이들 차주는 원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대출 상환유예 상태인 자영업자 빚도 5조2000억원에 달한다. 원금상환 유예가 4조1000억원, 이자상환 유예액은 1조1000억원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를 시행해왔다. 2022년 당시 기준으로 90조원 이상이던 대출 잔액의 만기를 3년 뒤인 2025년까지 연장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상환과 대환 등으로 대출 잔액은 꾸준히 줄었다. 그럼에도 1년 뒤 약 70조원 이상의 빚 폭탄 청구서가 남았다.

만기연장이 끝나면 빚을 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는 물론 시장에도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이미 국내 자영업자 연체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소상공인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이후 상황이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4월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연체율은 0.61%로 집계됐다. 2012년 12월(0.64%)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한국은행은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0.50%에서 올해 1분기 1.5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내년 만기연장 종료에 대비해 자영업자 대출 잔액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선 만기 재연장 등 구체적인 대책은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잔액 규모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며 "만기연장이 끝나도 금융사 입장에선 일괄적으로 다 상환을 요구하긴 어려울 수 있고, 차주가 이자를 꾸준히 상환해왔다면 금융사 자체적 판단으로 추가 연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70조원은 우리나라 전체 가계대출에 비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내수 침체나 상가 공실률에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무한히 대출만기 연장을 해줄 순 없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빚을 줄여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자영업자 빚을 늘리는 게 아니라 연령에 따른 재교육으로 근로자로 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솟는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정부, 새출발기금 더 키운다

새출발기금 이용현황/그래픽=이지혜
새출발기금과 법원 개인회생제도 채무조정 한도/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 전용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규모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무조정 이용한도를 늘리는 한편 추가 출자를 통해 지원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원금은 커녕 이자 갚기도 버거운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원금 상환이 미뤄진 76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대출이 내년 9월 이후 만기도래해 새로운 '폭탄'이 될 우려가 제기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코로나 이후 어려움이 가중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맞춤형 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새출발기금의 규모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융당국은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어 빚을 갚기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22년 10월 도입한 제도다. 무담보 5억원·담보 10억원을 합쳐 총 15억원까지 원금을 최대 80% 감면(취약 계층은 최대 90%)해 주거나 이자를 낮춰 최장 20년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새출발기금을 통한 자영업자 채무조정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저조하다. 출범 당시 30조원이 목표였지만 현재까지 약 3조원에 그친다. 신청액 기준으로는 11조원이다. 지난 2월부터 신청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서 지원자가 하루 수 백명 수준으로 늘고 있다. 당초엔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자영업자만 신청 가능했으나 2월부터 코로나19 기간(2020년 4월~2023년 11월) 중 사업을 한 차주로 대상을 확대했다.

자영업자 채무조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새출발기금 이용 조건을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본인 집이나 사업장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새출발기금은 현재 담보대출 보다는 무담보 신용 대출 위주로 채무조정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새출발기금 이용한도는 담보대출의 경우 10억원, 무담보는 5억원이다. 이는 법원의 개인 회생제도의 한도(담보 15억원, 무담보 10억원)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담보대출 이용한도를 지금보다 확대해야 새출발기금을 활용한 자영업자 채무조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이용한도 확대 등 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새출발기금의 평균 채무조정 비율은 70% 수준(매입형 기준)이다. 원금의 70%까지 감면해 주고 있다는 의미다. 취약계층의 경우 예외적으로 최대 90%의 감면율이 적용 중인데 정부는 취약 차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영업자 신규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새출발기금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진 만큼 정부의 추가 출자도 이뤄질 전망이다. 기금 출범 당시 정부는 3조6000억원의 출자를 계획했으나 현재까지 1조7100억원에 그쳤다.

새출발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자체적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향후 자영업자 지원이 확대되면 캠코의 부채비율이 치솟을 수 있어 정부가 추가 출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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