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인구 감소 위기, ‘스포츠’로 극복
[KBS 청주] [기자]
저출생 여파로 인구 감소가 최대 위기로 떠올랐습니다.
충북도 11개 시·군 가운데 6곳이 인구 감소 지역입니다.
자치단체마다 인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전입 지원금, 귀농·귀촌인 지원, 청년 창업, 기업 유치, 관광까지.
다양한 시책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눈여겨볼만한 이색 정책이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입니다.
스포츠로 인구 감소에 대응한다?
어떤 내용일까요?
각종 스포츠 대회와 전지 훈련을 유치해 선수단과 관중을 지역에 머물게 하는 전략입니다.
투자 대비 효과가 즉각적이고, 특별한 비수기도 없고, 지역 관광 자원과 연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충북에서는 보은군과 제천시가 전략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두 지역 인구를 살펴볼까요?
보은은 3만 8백여 명.
충북에서 단양에 이어 두 번째로 적습니다.
1966년, 15만 6천 명까지 늘었던 제천시 인구는 올해 12만 명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인구가 줄면 소비도 줄고, 상권이 위축되고, 지역 경제가 침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데요.
보은과 제천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스포츠로 어떻게 끊겠다는 걸까요?
그 실태와 과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보은군이 운영하는 야구장에서 한 대학팀의 훈련이 한창입니다.
지난해 초, 제주에서 온 이 선수단 20여 명은 1년 중 절반 가량을 보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쓰는 숙식비 등의 예산은 연간 7천만 원 이상입니다.
보은군이 인구 감소 대응책으로 다양한 스포츠 기반 시설을 조성한 결과입니다.
[고동현/제주국제대학교 야구부 감독 :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잘 돼 있고, 보은군에서 전지훈련팀에 대해서 지원도 많이 해주고 계셔서 (장기 체류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보은군이 유치한 스포츠 대회는 35개, 전지훈련팀은 375곳이나 됩니다.
생산 유발 효과는 3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군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선수단이 지역을 방문하면 일부 상권 매출이 평소보다 최대 3배가량 는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최은경/숙박업소 대표 : "저희 집(숙박업소)에 운동 선수들이 오는 바람에 밖에 치킨집, 앞에 식당들 모든 데가 다 같이 잘 되니까요. 저희 집만 잘 되는 게 아니거든요."]
선수단 유치가 보은에 사는 주민, 이른바 정주 인구를 대체하는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은군 연구 용역 결과, 선수 한 명이 지역에서 쓰는 숙식비는 하루 평균 9만 원입니다.
관광공사가 집계한, 보은 주민 1명이 지역에서 1년 동안 쓰는 평균액 446만 원의 50분의 1 수준입니다.
이런 계산 방식을 근거로 선수 50명을 유치하면 지역 인구 1명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지난해, 보은을 찾은 선수단 10만여 명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인구 2천여 명분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김홍석/보은군 스포츠산업과 : "이 친구들(선수단)이 숙박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경기 활성화나 생활 인구 유입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천시는 지난해, 스포츠 대회 80개를 유치해 선수단 40만 명을 지역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제천시가 추산한 직접 소비 효과는 210억 원 이상으로 대회 유치 비용의 5배에 달합니다.
이를 통해 제천시도 2천 3백여 명의 정주 인구 대체 효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은 일시적인 것으로, 근본적인 인구 대체 정책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정석/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한국인구학회장 : "전국 각지에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 많은 분이 오실 거 아니에요. 그런데 삶의 기반이 약한 거예요. 그 지역 사회 자체가 너무 작아서 그분들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가 있죠."]
즉, 스포츠 마케팅과 함께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 등의 정주 기반 확충 정책도 꾸준히 지속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영상편집:오진석/그래픽:박소현
정진규 기자 (jin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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