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할 게 이것뿐" 카페 망해도 또 카페 창업…회전문 갇힌 사장님들
[편집자주] 자영업자 연체율과 폐업률이 상승하고 있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빚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의 채무조정도 한순간이다. 빚은 도돌이표처럼 다시 돌아온다. 폐업 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자영업 폐업 후 같은 업종으로 재창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빚도, 재기도 모두 회전문에 갇혔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엄중히 보고 곧 관련 대책을 발표한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부의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전기요금 특별지원 요건을 완화한다.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하는 해당 사업의 문턱을 낮추면 더 많은 소상공인이 전기요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의 경제적 요건을 고려해 각종 수수료 감면 근거도 관계법령에 담는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위해 새출발기금 규모를 확대한다. 출자 규모와 담보대출 이용한도 확대 등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폐업 뒤 같은 업종으로 재창업하는 이른바 '회전문 창업'을 줄이고 업종 전환과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이런 내용의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방안'을 담는다.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방안은 소상공인의 △민생지원 △재기지원 △채무조정 등 크게 3개축으로 구성된다.
전기요금 특별지원은 대표적인 소상공인 민생지원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소상공인 전기요금 특별지원 신청을 받았다. 연매출 3000만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한다.
정부가 당초 추산한 대상자는 126만명이다. 하지만 지원요건을 보수적으로 잡아 신청자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연매출 3000만원' 요건을 상향조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상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달 말까지인 신청기간도 연장한다.
소상공인의 수수료와 교육비 등 금전적 부담도 완화한다. 법제처는 15개 법령을 정비해 소상공인 등의 인허가·검사·정보제공 수수료와 교육비 등 포괄적인 감면 근거를 마련한다. 입법예고는 오는 28일부터다. 가령 지금까지 감면 기준이 없었던 의료기기 제조·수입업 허가 수수료의 경우 소상공인 대상 감면 근거가 생긴다.
소상공인의 재기지원은 업종 전환이나 재취업 등 전직에 방점을 찍는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 기능을 강화하고 고용노동부의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정부는 대책 마련 초기에 소상공인의 폐업, 재취업, 재창업 등을 지원하는 희망리턴패지키 사업 재구조화도 검토했다. 특히 같은 업종으로 재창업하는 '회전문 창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같은 업종으로 재창업한 비율이 20.61%에 이른다. 특히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점 및 주점업'의 동일 업종 재창업 비율은 22.65%로 전체 평균보다 높다.
기재부는 소상공인이 동일업종으로 재창업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의 개편을 검토했지만 재창업 역시 재기지원의 한 축이라는 판단에서 현상 유지로 결론냈다. 대신 전직이나 재취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예고한 새출발기금 확대는 기금 규모 등을 두고 막판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2022년 도입한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에 추가 출자해 총지원금을 늘리고 취약차주 중심으로 연착륙을 시도한다.
최 부총리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상공인의 경우 경기 요인 외에도 부채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더해져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는 경기 회복세를 가속화하는 한편 취약계층 등 민생이 조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회전문'에 갇혔다. 위기 상황 때마다 정부 차원의 긴급 수혈이 이뤄졌지만 연체율은 더 올라갔다. 내년 9월에는 약 71조원 규모의 대출 만기연장도 끝난다. 빚이라는 회전문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폐업한 소상공인의 현실도 녹록하지 않다. 재창업한 소상공인 5명 중 1명은 같은 업종을 선택했다. 경험을 살려 재기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실패한 업종에 리스크를 안고 다시 발을 들여놓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혹자는 '회전문 창업'이라고 부른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빨간불'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1055조9000억원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산한 금액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2.1%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2022년 2분기 말 0.50%였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4년 1분기 말 1.52%로 상승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연체율을 가파르게 웃돌고 있다. 특히 상환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0.21%를 기록하며 두자릿수로 올라섰다.
금융감독원에서 파악한 현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감원의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를 보면, 올해 4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0.61%로 한달 사이에 0.07%p 상승했다. 2년 전(0.19%)과 비교할 때 연체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은은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당국은 채무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선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도입한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7월 초에 발표할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방안'에 새출발기금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기금 규모를 확대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착륙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폐업한 소상공인은 어디로 갈까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방안의 또 다른 축은 재기지원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5일 현장방문에서 "코로나를 계기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 후 재취업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아져 전직 및 재기지원 방안도 세심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동일 업종 재창업을 가급적 지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를 창업했다가 폐업하고 다시 카페를 창업할 경우 재실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412만4202개의 사업체 중에서 동일 업종에서 재창업한 사업체는 85만4개(20.61%)다. 5명 중 1명은 폐업 후 같은 업종에서 재창업했다는 의미다. 음식점 및 주점업의 동일 업종 창업 비율은 22.65%다.
이는 소상공인의 폐업 후 상황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통계다. 직접적인 통계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최근 '소상공인 폐업·재도전 지원정책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에는 소상공인 폐업 및 재도전 실태 분석 내용이 담긴다.
정부는 폐업한 소상공인이 동일 업종이나 과밀 업종 등으로 몰리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업종의 창업이나 재취업 지원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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