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어린 꼰대들의 사회
'꼰대'라는 단어는 젊은 세대가 선생님 또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된다. 심지어 영국 국영방송 BBC가 2019년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소개하며 '자신은 늘 맞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풀이하기도 하였다.
그래서일까.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꼰대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과 젊은 학부모들을 법률 분쟁에서 자주 접해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린 꼰대 또는 젊은 꼰대 역시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우리 사회에 나이 든 꼰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유교적 전통 사상이 사회에 깊이 내재해 있었고, 가난한 나라를 경제 선진국으로 빠르게 성장시킨 기성세대의 자부심이 더해져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훈계가 무척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만약 이런 훈계가 시작되면,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가거나 라떼가 시작되었다는 놀림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나이 든 꼰대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다.
반면 많은 젊은 세대는 자기 생각이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틀렸음을 매우 자신 있고 당당하게 표현한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훈육·훈계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옭아매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나와 다른 성향을 지닌 친구들의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므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 역시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학부모는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 교사, 공무원을 설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교사에게는 가차 없이 질책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교육과 훈육에는 어쩔 수 없는 초보 부모로서의 시행착오를 관대하게 인정한다. 한편 일부 젊은 교사는 자신만의 교육방식을 앞세우며, 학교장 또는 경험 많은 교사의 조언을 시대에 뒤처진 구닥다리라고 생각하고 교육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 여긴다. 결국 이들은 나이가 많지 않을 뿐 자신이 늘 맞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하는 꼰대 그 자체인 것이다.
어째서 최근 이런 젊은 꼰대가 늘어나게 된 것일까.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저자 정문정 작가는 "꼰대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 능력의 문제다"라고 지적한다. 여기서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에 무조건 동의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 그 자체를 인정하고 나와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힘을 말한다.
최근 디지털 기술 발달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면서,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많다. 디지털 세계의 원주민을 자처하는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를 무시하지만, 디지털 활용 기술이 세상의 본질이 아님을 인식하여야 한다. 섣불리 자기 능력을 과신할 경우 오히려 발전이 더뎌지게 마련이다. 현재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기초는 기성세대가 구축한 것이다. 나아가 본인들 역시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간이 다가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우월적 시각이 아닌 공존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편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적 적응력을 키워주려는 노력을 다소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폭력 사안 처리, 생활지도, 민원 처리 등에서 학교 구성원의 감정적 갈등마저 모두 법적 문제로 신고하고 처리하려는 교육제도 방향이 어린 세대의 관계 회복 능력과 공감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고 이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성숙한 학교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사회의 '탈(脫) 꼰대화'는 조금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꼰대'라는 말이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더 널리 활용되어 모든 세대에게 스스로 꼰대가 아닌지 확인하려는 노력의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의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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