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4세 이규호 부회장, 경영능력 시험대에 서다
완전한 승계까지 과제 산적…경영능력 입증이 관건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이차전지(배터리)·우주항공·모빌리티 3대 축을 기반으로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미래 먹거리 개발·성장을 통해 주력 계열사들의 사업 부진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그는 지난해 말 지주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12년 입사 이후 11년 만이자 사장 승진 1년 만이다. 당시 이 부회장의 나이 만 39세였다. 2018년 이 명예회장의 사퇴 이후 지속된 오너 공백이 그의 초고속 승진과 연결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내에선 "코오롱 4세 경영체제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중론도 형성됐다.
다만 '완전 승계'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경영능력 입증에 따른 지분 승계가 관건이다. 코오롱 그룹 내 지분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 명예회장이 "아들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면서 이 부회장은 지주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 지주사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49.74%를 보유한 이 명예회장이다. 이 명예회장과 친족 관계인 이경숙·상희·혜숙·경주씨가 각각 1% 미만의 지분을 들고 있지만, 아들인 이 부회장이 가진 지분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번 부회장 승진 인사를 두고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기 악화에 주력 사업 삐끗
부회장 승진 반년 만에 받아들인 성적표는 썩 좋지 않았다. 화학·건설·수입차 판매 등 그룹의 주요 사업군 실적이 동반 악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에 따른 산업 전반의 부진 문제가 컸다.
올해 1분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영업이익 306억원, 코오롱글로벌은 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5%, 93.3% 급감한 수치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영업손실 3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지속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필름 사업 합작법인 설립에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이익이 줄었다. 코오롱글로벌은 건설 업황 침체 영향에 원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감소했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경기 침체 및 고금리 지속으로 수입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 기간 같은 이유로 지주사인 ㈜코오롱 역시 영업이익 243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난 수준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이 부회장의 고심도 깊어진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지주사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벌·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주요 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로 있다. 특히 ㈜코오롱 전략 부문 대표를 맡은 만큼 그룹의 신사업을 이끄는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것은 이차전지(배터리)·우주항공·모빌리티 등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배터리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건다. 기존 배터리 음극재 소재에 국한됐던 포트폴리오를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넓히겠다는 취지다.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회사인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한 천안 부지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착공했다. 1공장은 연간 1000톤 처리를 목표로 연내 완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어 단계적 투자를 통해 2026년께 연간 2만톤 처리 시절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전기차 캐즘 기조에 투자 집행은 보수적으로 하겠지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어지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게 회사 측 시각이다.
폐배터리 시장 전망도 밝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은 오는 2030년 70조원, 2040년에는 2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부터 부채비율을 줄여왔기에 투자 여력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채비율은 2019년 148.9%에서 지난해 말 104.9%로 줄었다.
"위기 돌파 능력 선보이기엔 지금이 적기"
아울러 올 하반기부터 우주항공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지주사 아래로 복합소재 사업을 옮김으로써 신사업 성장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코오롱은 올해 7월 증손회사인 '코오롱데크컴퍼지트'를 자회사로 품는다. 지난 2015년 코오롱글로텍이 인수한 코오롱데크컴퍼지트는 우주항공·방산 소재 전문 기업이다. 항공기·전투기·장갑차에 사용되는 복합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때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ENP의 경량화 부품 관련 사업도 코오롱데크컴퍼지트로 일원화할 계획이다. 그룹에 흩어진 우주항공 관련 사업을 한곳에 모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복안이 깔렸다.
당초 이 부회장이 공을 들여온 모빌리티 사업도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코오롱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파파모빌리티에 124억원 자금을 지원했다. 올 1분기 ㈜코오롱 영업이익의 절반 규모다. 여태껏 출자한 누적금액은 총 329억원으로 확인됐다.
파파모빌리티는 그룹을 떠난 이 명예회장이 먼저 주목한 회사다. 교통약자를 위한 운송서비스에 집중하는 곳으로 현재 ㈜코오롱이 1대 주주로 있다. 당장의 수익성을 기대하긴 다소 힘들지만 그룹 신사업인 모빌리티 분야 관련 투자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사장 승진 직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판매부분을 인적분할한 것으로, 이 부회장이 초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를 내려놓고 사내이사만 유지하고 있다.
재계 내에선 이 부회장이 등판 이후 보일 경영능력에 따라 지분 승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부회장 승진 1년 차에 경영능력을 언급하긴 시기상조"라면서도 "이 부회장이 그룹 전반의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요 사업에 제동이 걸린 현재 그리고 향후 수년이 위기 돌파 능력을 선보일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