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두 얼굴의 손정의

변휘 기자 2024. 6. 27. 06:3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손 회장은 일본 3위 통신사를 거느린 그룹의 수장, 글로벌 기업에 전방위 투자하는 비전펀드의 리더, 이런 직책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비저너리 (visionary)'로 손꼽힌다.

그가 대구 본적의 재일교포 4세라는 점도 호감의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사진제공=SBG 홈페이지
"인공지능(AI)이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요?"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그룹(SBG) 주주총회. 주주들이 저마다 "의장!"을 외치며 발언권을 요구하고 경영진에 호통을 치는 국내 기업의 흔한 주총 풍경과는 달랐다. 손정의 SBG 회장이 주인공으로 나선 한 편의 '토크 콘서트'를 시청한 느낌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손 회장은 일본 3위 통신사를 거느린 그룹의 수장, 글로벌 기업에 전방위 투자하는 비전펀드의 리더, 이런 직책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비저너리 (visionary)'로 손꼽힌다. 이번에도 손 회장은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ASI(초인공지능)을 10년 내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AGI(범용인공지능)에서 진화한 ASI는 인류가 가진 지혜의 1만배 지능을 자랑한다. 손 회장은 ASI가 인류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고, 전쟁과 질병 등 풀지 못했던 숙제도 해결해 낼 것이라며 "나는 ASI 실현을 위해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그의 한 마디마다 청중의 탄성이 터졌다.

한때 한국 서점가에서도 '손정의 평전' 등 부제만 붙으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가 대구 본적의 재일교포 4세라는 점도 호감의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선 손정의(孫正義)보다는 주로 일본명 손마사요시(そんまさよし)로 불릴 만큼 크게 인심을 잃었다.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의 여파다.

2019년 7월 손 회장은 이해진 네이버(NAVER)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와 손을 맞잡고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과 '야후재팬' 서비스의 통합을 약속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더 이상 한국 기업에 맡겨두지 않겠다는 게 일본의 속내고, 이에 손 회장은 철저히 부응하고 있다.

최근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 아마리 아키라 전 간사장은 올해 3~4월쯤 손 회장을 만나 "방법은 그쪽이 선택하겠지만, 일본의 인프라는 앱 개발부터 모두 일본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고, 손 회장은 "내가 책임지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20일 소프트뱅크와 21일 SBG 주총에 연거푸 등장한 그는 다가올 미래에 온통 정신이 팔린 듯 라인야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5년 전 '아시아의 구글'을 꿈꿨던 네이버와의 약속은 이미 관심거리가 아닌 듯 보였다. 그러나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비전 수립, 이를 확보하려 합작 계획, 마침내 자국 정부의 의중을 등에 업은 경영권 탈취 노력까지. 라인야후도 그의 계획대로였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미 잘못 꿰어진 단추지만, 최대한의 이익을 사수하기 위한 협상이 네이버엔 절실하다. 그런데 국회는 기어코 네이버 수장을 증인대에 세울 요량이다. "현안 질의 시급성"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협상 테이블에 앉은 자가 생중계 카메라 앞에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할까. '두 얼굴의 손정의'와 비교돼 더욱 씁쓸한 한국의 형편이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