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공임대]④매입임대 '만능주의'의 끝은?
전세사기 피해주택도 사들여 10년 무상임대
"건축주 배불리기" vs "신속 공급 중요"
민간 주택을 공공이 사들여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게 '매입임대주택'이다. 정부는 주거복지 차원뿐만 아니라 미분양 해소, 다세대(빌라) 시장 침체 대응 등 '일거다득' 카드로 매입임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피해 구제,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이를 앞세웠다. 매입임대가 주택 정책의 '치트키(만능열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취지에 맞게 적정한 가격에 주택을 매입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는 기본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출산도, 전세사기도…매입임대로 해결?
매입임대주택은 도심 내 다가구 등 기존 주택 및 신축(예정)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올해 매입임대 공급계획으로 총 5만5500가구를 제시했다. 이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만7553가구(68%), 지자체 등이 1만7947가구(32%)를 공급한다.
지난 4월 열린 LH 주택매입 사업설명회에 따르면 올해 LH는 지난해 목표보다 약 1만1000가구 많은 3만7000여가구 매입을 추진한다. 신축매입약정 2만8000가구, 든든전세 5000가구, 기존주택매입 4000가구 등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2만6000가구, 지방권 1만1000가구로 주거지원 수요가 높은 수도권 비중이 70%다.
정부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산층·서민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향후 2년간 주택 12만가구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신축매입약정을 맺는 주택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도입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도 법적한도의 1.2배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발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에 따라 올해 3월 입주자 모집부터는 신생아 가구 유형도 신설됐다. 기존 신혼부부 매입임대를 신혼·신생아 매입임대로 변경하고 신생아 가구를 1순위 입주자로 모집해 우선공급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을 위한 방안에도 매입임대가 있다.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 야당안과 달리 정부안엔 피해자가 주택에 10년 무상 거주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기사: 전세사기 피해구제 정부안, 정말 '선구제 후회수'보다 빠를까?(6월3일)
정부안은 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한 뒤 그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10년은 무상, 추가 10년은 시세 대비 50~70% 낮은 금액으로 임대한다. 주택도시기금이 아닌 LH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활용된다.
건축주 배불리는 매입임대?…"적정 가격으로 신속 공급"
매입임대 가격 산정방식의 적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 숙제다. 기존주택매입 방식의 경우 지난해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고가 매입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매입 가격을 '원가 이하'로 조정했지만 실적이 저조해지자 '재조달원가의 90%'로 현실화했다. ▷관련기사: 매입임대 가격체계 고친 LH "올해 2만7553가구"(2월22일)
신축매입약정 방식에 대해서는 감정평가를 활용하되 수도권 100가구 이상일 경우 건물공사비 연동 방식을 도입한다. 일단 민간사업자가 산정한 건물 공사비를 LH가 외부기관에 검증의뢰를 맡긴다. 이후 '적정 건물공사비'로 결정해 협상하는 식이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매입임대제도가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침체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신축매입약정 방식은 다가구주택을 사들인 건축업자가 철거 후 새 건물을 짓는 모든 비용을 보전해 준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최근 자재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른 만큼 '원가 이하'로 매입할 경우 건축주들이 매도신청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LH 설계기준에 맞게 건물을 지으면 인수하겠다는 약정을 체결한 만큼 원가법을 적용한 감정평가를 통해 실제 투입한 공사비를 다 보전해야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사기 이후 민간 임대시장에 불신이 커져 공공임대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라며 "입주 수요는 높은데 싸게 사겠다는 기준만 고집하면 신속한 공급이 불가능해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만한 기준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택수 경실련 부장은 "현재 활용되는 과거사례비교법은 거래가 많고 비쌌던 때를 참고해 감정평가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현재의 전월세 가격으로 역산해 보면 시세를 파악할 수 있다. 경매가로 참고해 현실적인 금액으로 매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매입임대 물량만 늘리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리 부실로 슬럼화하거나 주택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어서다. 공급만큼이나 후속 관리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현경 LH토지주택연구원 박사는 지난 3일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지원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매입한 주택 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주택 매입에 LH 재정이 추가 투입될 경우 재정 악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역세권이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주택을 매입해 공급해야 수요자 필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산이 한정적인 만큼 기존 공급한 주택을 잘 관리해 실질적인 주거복지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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