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넘는 폭염에 1.3kg 흑곰 털로 만든 모자 쓰고 부동자세…英 근위병, 또 실신

지난해 6월 10일(현지시간) 땡볕 아래서 찰스 3세 국왕 생일 행사 중 하나인 ‘군기분열식’ 리허설을 하다 실신한 근위병. AP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 부부의 영국 국빈 방문 행사 리허설에서 근위병이 더위에 기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버킹엄 궁전 인근에서 열린 일왕 부부의 국빈 방문 행사 리허설 도중 한 근위병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영국 육군에 따르면 이날 리허설에는 군악대 250명, 군마 240여마리와 9개 연대 1250여명의 육군이 동원됐다.

당시 런던의 한낮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등 무더위 속에서 리허설이 진행됐다. 쓰러진 근위병은 무더위에 기절했다가 주변 병사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나루히토 일왕(맨 왼쪽) 부부가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25일(현지시간) 나루히토 일왕과 영국 찰스 3세 국왕, 마사코 왕비와 커밀라 왕비가 런던 버킹엄 궁에서 담소를 나누며 연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육군은 해당 근위병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 근위병들이 더위에 쓰러지는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찰스 3세 국왕의 생일 축하 행사 리허설 도중 근위병들이 잇따라 기절하는 일이 발생했다.

근위병들은 모직 군복과 곰 모피로 만든 모자를 쓴 채 더위에 시달리다가 결국 최소 3명이 쓰러졌다. 실신해 들것에 실려 나간 근위병도 있었다.

지난해 6월 10일(현지시간) 땡볕 아래서 찰스 3세 국왕 생일 행사 중 하나인 ‘군기분열식’ 리허설을 하다 실신한 근위병. AP 연합뉴스

당시 리허설에 참석한 윌리엄 왕세자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더위 속에서 사열에 참여해 준 장병들에게 감사하다"며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다들 정말 수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신 사고가 반복되자 근위병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의 한 누리꾼은 "3파운드(1.3㎏) 정도 되는 모자는 흑곰 털과 가죽으로 만들어져 무겁고, 또 열을 가둔다. 입은 옷도 매우 무겁다"며 "옷의 무게와 하루 종일 가만히 서 있는 자세,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의 무더위를 결합하면 실신을 위한 완벽한 레시피가 탄생한다"고 비꼬았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