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금융지원 프로그램’ 7월 가동… 세액공제 3년 연장 [K반도체 지원 속도전]

이희경 2024. 6.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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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발표
파운드리·팹리스 경쟁력 제고에 초점
17조 규모 저리대출·1.1조 펀드 조성
국가전략기술에 첨단 반도체 등 추가
업계 “경쟁국 맞서려면 지원 더 확대”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속도전’에 나섰다. “시간이 보조금”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발맞춰 한달여 만에 종합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산업계는 여전히 보조금 지원을 원하는 눈치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18조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당장 내달부터 가동한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를 2027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달 말 공개된 26조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구체화한 것으로, 취약 부문인 파운드리(위탁생산)·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리 대출을 위해 산업은행이 2027년까지 17조원 규모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산은에 최대 2조원(현금 1조원+현물 1조원)을 출자해 지원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저리 대출 대상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팹리스, 제조시설 등 반도체 전 분야에서 국내에 신규 투자하려는 국내외 기업이다. 산은의 일반 대출 대비 대기업은 0.8∼1.0%포인트, 중소·중견기업은 1.2∼1.5%포인트 각각 낮은 우대금리로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필요한 신규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2027년까지 최대 8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전체 펀드를 1조10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펀드 투자 대상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더불어 스케일업(규모 확대)이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세제 지원방안도 마련됐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국가전략기술에 첨단 반도체 소부장 관련 기술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관련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신속히 완료된다.
반도체 생태계 강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의 한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판)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18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내달부터 시작하고, 반도체 세액공제를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무엇보다 ‘신속’ 지원을 강조했다.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는 올해 말 일몰되는 만큼 하반기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인프라 지원에도 ‘속도’를 내 국도 45호선이 경기 용인 국가산업단지 팹(반도체 공장) 건설부지를 관통하도록 옮겨 건설하고 도로는 왕복 8차선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추진하고 국비도 지원해 신속하게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원활한 용수 공급을 위해 용인 산단에 통합 복선 관로도 구축하는데, 발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비용을 분담하는 한편 사업의 예타 면제도 추진한다. 더불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 등 조기에 전력 공급망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의 지원대책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하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선과제 31건을 정부에 제출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발굴한 과제를 담았다. 건의서를 보면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의 일몰 기한을 주요국 수준으로 연장하고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연한 자금 지원을 위한 첨단산업 전용 지원기금 마련도 건의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제조 부문에 지원되는 금융 및 세제 혜택은 사실상 간접 보조금 형태라고 설명했다. 대신 R&D 및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제 지원은 사실상 보조금 성격을 띠고 있고, 세액공제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안용성, 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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