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號 6년㊦]외연 넓히는 LG…전장·냉난방공조·구독 연이어 안착
LG전자 가전구독, 냉난방공조·전장 사업 등 고객가치 구체화 성과로 이어져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오는 29일 취임 6주년을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룹의 사업 재편을 이끌면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LG전자(066570)는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부품과 냉난방공조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아 B2B 비중을 늘리면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주력인 생활가전 사업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아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LG전자는 구 회장 취임 첫해인 2018년 매출 61조3417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 84조2278억 원으로 약 23조 원 증가했다.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책임경영 체제를 실행하는 가운데 구 회장이 취임 후부터 강조해온 '고객가치 경영'이 성장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별적 고객가치 구체화한 개인 맞춤형 '가전구독'
구 회장은 2019년부터 매해 신년사에서 발전되고 구체화한 고객가치 경영철학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차별적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단지 메시지 전달에 그치지 않고 틈틈이 국내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구독 서비스는 LG의 경영 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가 구현된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렌탈을 '구독'으로 통합해 현재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가전과 TV·노트북 등 300개 이상의 구독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고객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가 가사노동과 구매 부담을 모두 낮추기를 원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3~6년 사이 계약기간을 정해 월 제품 사용료를 내면서 정기 세척, 성능 점검 등 전문가의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한 것이다. 구독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구독을 갱신하면 자사 생태계에 고객을 가두고 결과적으로 가전 교체 시기를 단축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구독 사업은 매출 3456억 원을 올리면서 연간 1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LG전자 베스트샵에서 대형 가전을 구매한 고객 중 약 34.5%가 구독 방식을 선택했다.
LG전자의 구독서비스는 올해 LG그룹 내 우수 성과팀을 수상하는 LG 어워즈에서 제품이 아닌 솔루션으로는 처음 수상했다. 구 회장은 당시 수상식에서 "단지 최초·최고의 기술, 제품, 서비스 그 자체가 아니라, 기대를 넘어선 경험과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의 변화를 느꼈을 때, 고객은 차별적 가치를 인정해 주시고, 이것이 LG 어워즈가 추구하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효자 사업 전장·냉난방공조…고객사 만족이 핵심가치
LG전자가 2010년대 초반 시작해 이제는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은 전장과 냉난방공조도 고객가치를 최우선에 둔 혁신을 토대로 성장했다. 2013년 VC사업본부로 출발한 전장 사업은 자회사와 합작 법인, 지속적인 고객사 확보 등을 통해 현재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 △전기차 파워트레인(LG마그나) △차량용 조명 시스템(ZKW)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미국 GM의 올해의 공급사 시상식에서 '인포테인먼트 및 텔레매틱스 분야 최우수 공급사'로 선정됐다.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코로나19 시기 반도체 부족, 공급망 대란 등에서도 부품을 적기 공급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전장 사업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첫 흑자를 기록한 이래 지난해에는 연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334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주잔고도 올해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한 냉난방공조 사업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 전년 대비 30% 가까이 성장했고, 같은 기간 해외 매출 증가율은 40%에 달했다.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따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AI 수요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로 빅테크들이 주요 고객사가 되고 있다.
LG전자는 2030년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 도약을 목표로 글로벌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인도 등 세계 43개 국가와 62개 지역에서 다양한 공조 제품 설치와 유지관리 교육을 진행하는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만 3만7000명이 교육을 이수할 예정이다. 철저한 유지보수가 고객가치 제고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지난달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의 HVAC 컨설턴트 46명을 국내에 초청했다. 이들은 건물 규모와 용도, 에너지 효율 등을 고려해 냉난방공조 시스템 설계를 담당하는 B2B 핵심 고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B2B 역시 고객의 수요를 맞추고, 생각하지 못했던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시장에 고객이 있고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고객가치 경영은 B2C나 B2B나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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