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첫 상견례 與野, 尹 거부했던 '노란봉투법' 놓고 격돌

김도현 기자 2024. 6. 27.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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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2024.06.26.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22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처음 출석한 여당 의원들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21대 국회서 폐기됐던 법안이다.

국회 환노위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환노위 회의장에서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야당 주도의 원 구성에 항의하며 앞선 두 차례 회의에 불참했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개원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의 출석에 환영의 인사와 함께 여야 의원들이 번갈아 가며 자기소개와 인사말을 남기자고 제안했다.

대부분 의원이 대화와 타협으로 환노위를 이끌어가자고 입을 모은 가운데 초선이던 20대 국회 때부터 21대 국회까지 여당 환노위 간사를 역임했던 임이자 의원은 "이것만큼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며 야당 주도의 원 구성을 비판했다. 임 의원은 "지난 8년간 지켜본 환노위는 타협이 존재했던 상임위원회"라며 "(야당이)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면 대통령 거부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심각하게 고려해 환노위를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여야 상견례 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공석인 여당 몫의 환노위 간사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을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고 만장일치로 김 의원이 환노위 간사로 임명됐다. 완성체를 이룬 환노위는 이날 진술인으로 나선 장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김기우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본부장, 김상민 태평양 변호사, 황용연 한국경영인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등과 깊이 있는 토의를 이어갔다.

서로의 발언을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며 별다른 다툼 없이 마무리됐지만 양측 모두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날 환노위에 처음 출석한 여당 의원들은 사용자의 범위를 모호하게 설정해 과도한 쟁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사용자의 책임 범위를 제한 없이 확장해 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 책임 강화가 골자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차 파업 사태 당시 노동자를 상대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자 지난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그러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지회 사태를 계기로 야당 중심으로 개정 움직임이 재차 확산했다.

당시 하청지회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옥포조선소 1도크를 51일간 무단으로 점거했다. 파업에 나선 이들 대부분은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고용관계가 아닌 까닭에 이들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없던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종료 후 선박 공정 중단으로 약 8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추산하고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 5명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7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하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청지회/사진=김도현 기자


이후 노란봉투법을 발의한 야권과 노동계는 노동자 보호를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과 재계에서는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릴 수 있고 노조의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후 야당 주도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후 재의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박해철·김태선 의원이 각각 노란봉투법을 발의했고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6개 야당 의원 87명이 지난 18일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한 차례 행사해 폐기됐던 법안이 여야의 소통도 노사 간의 문제점에 대한 고민도 없이 곧바로 올라오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사용자 범위가 무한정으로 확대돼 산업현장에 각종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하청 등 여러 가지 근로 형태를 악용하는 방법들로 인해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고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모든 국민이 지고 있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노조에게만 면제해주자는 것이 과연 옳은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일종의 특권을 부여하는 법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과도한 손해배상청구액으로 인해 사측이 노조활동을 무력화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정 의원은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470억원, 현대자동차 325억원, 한진중공업 158억원, 현대제철 200억원 등 손해배상청구액이 정말 높다.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손해배상청구로 노동자와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며 "경영인이 고소를 취하할 경우 배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노동자 모두에 이익을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이른바 'N차 도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단계 외주가 성행하면서 저임금과 노사갈등을 유발한다"며 "도급이 다단계로 발생하다 보면 중간에 새는 금액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오게 한다면 이런 문제들이 상당히 줄어드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입법공청회를 연 환노위는 27일 입법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입법청문회 증인으로는 고용노동부 장·차관, 노동정책실장(직무대리), 노사협력정책관 등 4명을 채택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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