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니 타구속도가 고작 151km? ML 195홈런 중 가장 느렸다…하지만 신들린 배트 컨트롤, LAD 구단 역사로 이어졌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오타니 쇼헤이가 9경기 연속 타점을 생산하며 LA 다저스 구단 타이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타니의 타구 속도가 주목을 받았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기록한 최저속 홈런이었다.
오타니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원정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시즌 초반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내 타격감을 회복하며 4월 한 달 동안 37안타 7홈런 17타점 21득점 타율 0.352 OPS 1.106의 성적을 남긴 오타니는 5월에도 29안타 7홈런 19타점 29득점 8도루 타율 0.312 OPS 0.976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런데 6월 일정이 시작된 후 다시 오타니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6월 초 7경기에서 오타니는 홈런 1개를 제외하면 단 한 개의 장타도 생산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천재'는 달랐다.
오타니는 지난 12~13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맞대결에서 연이틀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다시 감을 되찾기 시작하더니, 17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전에서는 올 시즌 두 번째 멀티홈런까지 폭발시키며 펄펄 날아올랐다. 그리고 'MVP 리드오프' 무키 베츠가 왼손 골절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하게 되자, 18일 경기부터는 오타니가 테이블 세터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방망이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4연전에서 2개의 홈런을 포함해 8안타 8타점을 기록하며 폭주하더니, '친정' LA 에인절스전까지 세 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는 비거리와 장타 쪽에서 '역사'들을 만들어냈고, 지난주 4개의 홈런을 포함해 24타수 11안타 11타점 타율 0.458 OPS 1.605로 불방망이를 휘두른 결과 올 시즌 두 번째 '이주의 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이로써 오타니는 역대 일본인 메이저리거 최다(9회)의 기쁨은 물론 양대 리그에서 두 차례 이상 '이주의 선수'로 선정된 최초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리고 오타니는 26일 경기에서 다시 한번 다저스 구단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기록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탄생했다. 오타니는 1회초 '前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과 맞대결을 가졌다. 오타니는 1~2구를 걸러낸 뒤 3~4구째를 모두 지켜본 2B-2S에서 플렉센의 5구째 '주무기'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오타니가 잡아당긴 타구는 93.8마일(약 151km)의 속도로 날아가더니, 376피트(약 114.6m)를 비행한 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24호 홈런으로 연결됐다.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9경기 연속 타점을 생산하게 됐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였다.
전날(25일) 안타는 없었지만 타점은 뽑아냈던 오타니는 8경기 연속 타점으로 추신수(現SSG 랜더스)가 보유하고 있던 역대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 경기 연속 타점 기록을 새롭게 작성했다. 그리고 이날 첫 타석에서 홈런으로 타점을 뽑아냈는데, 'MLB.com' 등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이는 1955년 로이 캄파넬라 이후 무려 69년 만에 다저스 구단 타이 기록으로 연결됐다. 이제 27일 경기에서 타점을 생산하게 될 경우 다저스 구단의 역사를 새롭게 작성하게 된다.
오타니의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오타니는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뒤 프레디 프리먼으 홈런에 홈을 밟으며 2득점째를 생산했고,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4회초 2사 1, 3루에서는 플렉센의 커터를 공략해 무려 109.5마일(약 176.2km)의 타구를 만들어내며 우익수 방면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6회와 9회 세네 번째 타석에서는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다저스의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뒤 26일까지 총 195개의 아치를 그려냈는데, 이날 친 93.8마일의 홈런이 오타니 커리어에서 가장 느린 홈런이었다. 일본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오타니가 쏘아 올린 가장 빠른 미사일은 지난 4월 24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친 118.7마일(약 191km). 당시 홈런과 비교했을 때 오타니의 이날 홈런은 무려 40km나 느렸다. 특히 이날 친 홈런은 방망이의 '스윗스팟'에 타구를 맞춰 반발력을 통해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냈는데, 단순히 힘으로만 홈런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오타니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홈런을 친 뒤 2루 베이스를 향하던 중 1루로 다시 돌아갔던 것에 대해 "홈런을 친 뒤 방망이를 너무 오래 들고 있다. 그래서 베이스를 밟았는지, 안 밟았는지 몰랐고, 때문에 다시 돌아갔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오타니는 9경기 연속 타점을 생산하고,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스트라이크를 치고, 볼은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타석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오타니는 "타자에만 전념하면서 확실히 운동량이 적어졌다. 때문에 리커버리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매년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령탑도 오타니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미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9경기 연속 타점이라고 해도, 그게 10경기로 늘어도 놀랍지 않다"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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