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때 돈 못 갚는 자영업자 비율 10%돌파···"DSR 규제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김혜란 기자 2024. 6. 2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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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작년 4분기부터 가계 연체 역전
연체 차주 비중도 4.2%로 급등
부동산 PF 부실 위험도 높아져
중소형 증권사 등 감독 강화 필요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급등한 것은 취약차주 수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확대돼 증권사의 유동성 위험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0.2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7.49%)와 비교하면 2.72%포인트나 급증한 것으로 같은 기간 일반 가계의 취약차주 연체율(9.97%)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취약차주 연체율이 10%를 넘긴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일반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을 역전하기 시작했다.

연체 차주 수도 급증했다. 가계의 1인당 평균 연체액은 2022년 2분기 말 2700만 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400만 원으로, 자영업자는 1억 400만 원에서 1억 2200만 원으로 각각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연체 차주 수 비중은 가계가 1.72%에서 2.31%, 자영업자가 1.57%에서 4.20%로 크게 뛰었다.

한은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가 아직 높은 만큼 가계 부문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계속 낮춰야 한다”며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 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2년 10월부터 코로나19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3년간 30조 원 규모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채무 조정 신청 누계액은 11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7조 4000억 원에서 4조 원가량 증가했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채무 조정 정보 등록 기간을 단축한 영향이다.

기업의 경우 부채 비율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부채의 질까지 악화하고 있다.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2.31%(은행 0.48%, 비은행 금융기관 5.96%)로 2023년 3분기 1.72% 대비 0.59%포인트 올랐다. 2012년 6월 2.48% 이후 역대 최고치다. 비은행의 연체율 상승 폭은 1.73%포인트에 달했다. 은행은 0.06%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실적은 줄고 있는데 이자비용은 크게 늘고 있어서다. 2023년 말 기준 2588개 상장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3.3배로 선진국 평균(5.9배)보다 낮았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취약기업의 비중은 40.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지속하고 건설 원가가 상승함에 따라 PF 부실 위험도 커졌다. 국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기준 3.55%로 2021년 이후 계속 상승세다. PF 대출의 경우 브릿지론은 본 PF로 전환되지 못해 대출 기간이 장기화하고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 PF 대출도 입지 여건 등이 불리한 사업장의 미분양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의 PF 채무보증은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건전성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 중소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PF 채무보증 비율이 2022년 6월 말 46.5%에서 올 3월 말 33.0%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27.9%)과 중·후순위(72.3%) 비중이 여전히 높아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업 부문의 경우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향후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신용 공급 쏠림이 재연되지 않도록 비은행 금융기관 중심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 당국의 스트레스 DSR 2개월 연기 결정을 내리면서 통화 당국과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정책 당국도 취약 부문 채무 상환 부담 증가, PF 부실 위험을 걱정하고 있다”며 “현재 취약 계층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고 부동산 PF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것을 고려해 스트레스 DSR 일정을) 미세 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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