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터뷰] 권기정 NH ARP 대표 "싱가포르, 초고액자산가 투자플랫폼"

싱가포르=이지운 기자 2024. 6. 27.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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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 가다]⑫ "투자 수익 극대화" 동남아·인도 시장 대공략
[편집자주] 아시아의 '네번째 용' 싱가포르에 글로벌 자금이 몰린다. 싱가포르개발청(EDB)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싱가포르의 고정자산투자는 225억달러(약 23조원)를 기록했다. 10년 내 최고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경쟁력 1순위 국가로 싱가포르를 꼽았다. 싱가포르가 홍콩 사태 이후 아시아 투자 요충지로 떠올랐고 최근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중 무역갈등 속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다. 머니S는 동남아시아 기업금융(IB)의 거점지 싱가포르에서 K금융의 위상을 높이는 주역들을 만났다. 글로벌 IB 국가로 자리매김한 싱가포르의 현주소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본다.

NH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은 인도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권기정 NH앱솔루트리턴파트너스 대표./사진=이지운 기자
"싱가포르는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진출의 거점지로 삼고 있고 한국에서도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요충지로 점 찍고 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패밀리오피스' 사업이 가장 활성화 된 국가로 '아시아의 스위스'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 'NH앱솔루트리턴파트너스'(NH ARP)는 NH투자증권의 해외법인 중 유일한 자산운용사 자회사로 인하우스 헤지펀드(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사모펀드) 전문회사다.

머니S는 지난 13일 싱가포르 앤슨 로드에 위치한 스프링리프 타워에서 만난 권기정 NH앱솔루트리턴파트너스 대표를 만났다. 권 대표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인수된 메릴린치(Merrill Lynch)와 호주 맥쿼리를 거쳐 2020년 NH투자증권에 합류해 NH ARP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오랜기간 활동하면서 현지의 국내 은행·증권·운용사 등 금융업계 전반에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정책 자산운용업 영위하기 용이


권 대표는 싱가포르가 자산운용업을 용이하기에 한국과 비교해 정책적으로 무난한 환경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선 기관 투자자가 해외 펀드나 해외 기업에 투자할 경우 자금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며 "개인이나 일반 법인이 해외 투자를 할 땐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거래마다 방대한 분량의 역외금융회사에 대한 투자 신고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싱가포르는 보고 의무가 없다. 싱가포르의 금융감독기관인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별다른 감독과정이 없다. 사모펀드에 대한 별다른 규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물류·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에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마찬가지다.

권 대표는 싱가포르가 지리적으로 굉장히 좋은 이점을 가진 곳으로 평가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 질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라며 "또한 동북아를 지나기 위해선 싱가포르를 반드시 가야하는 천혜의 항구 자원을 가진 국가로 물동량이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은 땅덩어리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니 자연스레 금융업으로 발전이 전이된 것"이라며 "여기에 안정적인 정치환경과 영어권 국가라는 이점까지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홍콩이 코로나19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시행 등을 겪으며 금융허브 위상이 주춤한 사이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1위,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권 대표는 글로벌 금융허브 역할과 관련해 홍콩과 싱가포르가 가야할 길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로 흘러가는 자금의 성격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홍콩은 향후에도 대중국 투자와 사업을 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외국인들 입장에서 중국 본토에 투자와 거래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곳은 중국에 속한 홍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넘어온 이들은 홍콩과 중국에 있는 부호들"이라며 "정치의 급변 속에서 자기 자산을 보호해주고 보호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개인적 자금"이라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 등 초고액자산가 고객… '인도 시장' 투자기회 모색


싱가포르 금융가 거리./사진=이지운 기자
초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이 싱가포르로 넘어오면서 현지에선 패밀리오피스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진다. 패밀리오피스란 고액 자산가와 그 가문의 자금 운용, 자산 배분을 통한 재산 증식과 상속·증여·가업승계 등 최적의 방법으로 부를 관리하고 세대 간 이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자산관리 회사다.

싱가포르의 패밀리오피스 수는 몇년 새 크게 늘었다. 싱가포르통화청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패밀리오피스는 2020년 말 400개에서 2022년 말 1500개로 증가했다.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가 성장하는 것과 관련해 권 대표는 "싱가포르는 개인 최고 한계 세율이 22%, 법인세 단일 세율이 17%로 한국의 개인 최고 한계 세율 49.5%, 법인세율 26.4%에 비해 세금 부담이 적다"며 "싱가포르 세법 규정에 따라 싱가포르 소재 펀드 관리 회사를 통한 펀드는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이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 세법에 따른 면제와 과세 이연 제도도 있어 이를 활용해 절세 또한 가능하다"며 "싱가포르는 광범위한 이중과세 방지 조약 네트워크 또한 갖추고 있어 패밀리오피스 사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해외 자산가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패밀리오피스 설립이 용이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돕는다. 특히 패밀리오피스를 만들면 취업비자를 지원하고 자산가 가족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점도 해외 부자들을 끌어모으는 동력 중 하나다.

패밀리오피스 등 고액자산가를 위한 헤지펀드를 설정하기 위해 운용사들도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권 대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하면서 최대 수익률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NH ARP는 최근 인도 최대 규모 독립계 자산운용사인 라이트하우스 칸톤(Lighthouse Canton, 이하 LC)과 인도 투자에 나섰다. 이밖에도 기후기술 펀드,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Special Situation Fund·SSF)를 론칭할 예정이다.

권 대표는 그는 "인도 시장은 높은 성장성과 더불어 투자 관점에서 매년 약 300억불, 250여 건의 자본 회수가 이뤄지는 활발한 시장"이라며 "더욱 적극적으로 인도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기회 발굴, 회수 실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활성화된 운용업을 바탕으로 계열사들과의 협업도 꾸준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NH금융그룹으로서 동남아시아, 인도 현지 금융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당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며 "성공적 비지니스 모델을 펀드에 투자한 계열사와 공유해 해당 시장에서 NH금융그룹이 신규사업을 할 전략적 아이디어와 실행 계획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싱가포르=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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