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 GDP 2배…"연체율↑·부동산 PF는 리스크"
우리나라 가계·기업 부채가 GDP(국내총생산)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적절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운용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도록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신용은 올해 1분기말 1882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 늘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었지만 신용대출과 판매신용이 줄면서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 레버리지는 91.9%로 지난해 3분기말(94.5%) 대비 2.6%p(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기업신용 레버리지도 115.5%에서 114.2%로 1.3%p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높은 연체율은 불안 요인이다. 1분기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98%로 지난해 4분기말 대비 0.12%p 올랐다. 한은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채무상환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은 가계대출보다 더 가팔랐다. 이 기간 자영업자 연체율은 1.52%로 0.26%p 올랐다. 특히 상환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급등했다. 취약차주 비중도 가계(6.4%)보다 자영업자(12.7%) 중심으로 높아졌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자영업자"라며 "자영업자 연체율과 연체 차주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속도도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진다면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정수 금융안정국장은 "필요시 전세자금대출이나 중도금 대출도 DSR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는 수단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일부 비은행업권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급등하는 점도 금융안정 리스크로 지목했다. 부동산 시장 부진과 건설원가 상승으로 PF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부실 위험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은은 부실자산에 대한 경·공매 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지난 1분기말 13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부터 증가세가 둔화됐다.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금융기관이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부동산PF 신규대출 취급을 자제한 영향이다.
반면 부동산PF 대출의 연체율은 3.55%다. 2021년(0.4%) 이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특히 증권사(17.6%)와 저축은행(11.3%), 여전사(5.3%)가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준이다.
다만 과거 저축은행 PF 부실사태 때(전금융권 13.6%)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또 충당금 적립 확대와 자본확충 등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력이 제고된 점을 고려할 때 잠재리스크가 시스템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이 부총재보는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과거 위기와 비교하면 낮다"라며 "유의해야 할 부분이지만 아직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국이 발표한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이 추진되면서 연체율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연체율이 높아진 점도 유동성 위기 측면에서 불안 요소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8.8%로 나타났다. 상호금융 대출 연체율은 5.1%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달 금융불안지수는 15.9로 완만한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월별 금융불안지수는 △1월 17.5 △2월 16.9 △3월 16.4 △4월 16.1 △5월 15.9 등이다. 다만 비은행금융기관의 연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수가 12를 넘으면 '주의 단계', 24를 넘으면 '위험 단계'로 분류한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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