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명 대체하려면 전문의 2~4명 뽑아야”

조백건 기자 2024. 6. 2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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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없는 병원’ 비용 부담 커
26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이탈 관련 호소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전공의 1만명이 집단 이탈하자, 정부는 “중환자를 치료하는 대형 병원을 지금의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의료계에선 “인건비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상황과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의료계 인사들은 “지금의 전공의 한 명을 대체하기 위해선 전문의 두 명에서 네 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전공의는 주 80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입원실과 응급실을 지키며 장시간 초과 근무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외과 교수는 “지금은 전공의가 한 달에 야간 당직을 8번 정도 한다”며 “전문의가 한 달에 2번 당직 근무를 선다고 하면 4명이 필요한 셈”이라고 했다.

전공의 1명을 전문의 2명으로 대체하면 임금은 최소 6배, 전문의 4명으로 대체하면 최소 12배 더 줘야 한다. 전문의 연봉이 전공의 연봉의 3~4배이기 때문이다. 전공의 연봉은 세전 6000만~7000만원 수준이다. 전문의 평균 연봉은 2020년 기준 2억3689만원(세전)이다.

정부는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의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도 대폭 올리겠다고 했다. 여기에 ‘전문의 중심 병원’까지 만들려면 건보 재정이 단기간에 고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보 재정은 현행 유지만 해도 올해 1조4000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8년이면 25조원 규모의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전망인데, 이렇게 되면 훨씬 빨리 동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경미한 증상에도 대형 병원을 찾는 ‘과다 의료 수요’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증 환자가 대형 병원의 외래진료나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금을 대폭 늘리는 식으로 건보 재정 누수부터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은 “필수 의료 수가 등을 올리려면 보험료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려야 한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한 해 동안 의료 서비스 이용에 지출한 돈의 총액인 ‘경상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8.4%로 OECD 평균(9.7%)보다 낮다. 미국(18.8%)의 2분의 1 수준이다. 이철 전 연세의료원장은 “파이(건보 재정)가 일정하기 때문에 (의료 개혁을 위해선) 담뱃세든 복권기금이든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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