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기업 놔두면 밸류업 실패”…韓 OECD 꼴찌 수준 ‘빨간불’
상장폐지 피하려고 분식회계까지 동원
불황·고금리에 한계기업도 계속 늘어나
상폐 절차 간소화 등 밸류업 대책 시급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국의 상장사 전체의 기업가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좀비 기업’ 퇴출 등 기업 가치 정상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좀비기업이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자본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국내 증시의 가치를 끌어내리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을 퇴출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부터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좀비기업 때문에…배당하면 기업가치 더 낮아져
허강성 서울신학대 글로벌 경영학과·김승준 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김현태 성균관대 박사 등이 발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기업 가치를 수치화한 결과 26개 기업 중 25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상장사의 총자산이나 시가총액이 우리 기업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보다도 한참 아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의 이유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97개(5월말일 기준·단기 거래정지 제외)에 달했다. 코스피에서는 21개, 코스닥에서는 76개에 이른다. 거래정지 기간이 1000일(2021년 8월 31일 이후)이 넘는 기업은 10곳이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지만 관련 절차 때문에 퇴출 안 된 상장사인 이른바 ‘좀비 기업’이 상당한 셈이다.
허강성 서울신학대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장사 수가 많은데다 한계 기업 상태인데도 퇴출 안 되고 있다”며 “좀비 기업 퇴출 없이 무작정 배당만 늘린다고 기업 가치가 커질 수도 없고, 오히려 밸류업 정책은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좀비기업, 불공정거래까지 연루…증시 퇴출 제도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상장 폐지가 필요한데 퇴출 안 되고 있는 상당수 좀비 기업들이 불공정거래까지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 폐지된 기업 44곳 중 37개에서 불공정거래가 발생했다. 10개 중 8개꼴로 불공정거래가 나타난 셈이다. 조사 완료된 15개사에서만 부당이득 규모가 1694억원에 달했다. 혐의별로는 부정거래 7건, 시세조종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이 7건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퇴출이 미뤄지거나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문제로 손꼽는다. 한계 기업이라고 해도 상장 폐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절차가 장기화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거래정지 기간이 1000일이 넘는 상장사도 잇따른다.
금융 당국은 부실기업이 적시 퇴출되는 ‘증시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관련 매매거래 정지기간을 코스피의 경우 애초 개선기간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은 위원회 3심제에서 2심제로 낮출 계획이다.
정은보 이사장은 “좀비기업에 대한 원칙에 입각한 정리가 이뤄지면서 오히려 다른 건전한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고 좀비기업을 퇴출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밸류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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