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당신들의 증오와 억압과 폭력에 맞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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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한 흑인교회 신도 9명에게 총기를 난사해 살해한 '찰스턴 교회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진 지 만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그는 의회가 버젓이 차별의 상징적 깃발(남부연합기)을 내걸고 있는 게 찰스턴 참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지금이야말로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판단, 그린피스 활동가 등 전문가 도움을 받아 일주일 넘게 깃대에 신속히 오르는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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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7일, 만 30세 미국 흑인 여성 브리 뉴섬(Brittany “Bree” Newsome, 1985~)이 운동복을 입고 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 의회 건물 주변을 배회했다. 조깅하는 시민으로 여긴 경비 경찰의 시선이 멀어지자 그는 약 9.1m(30ft) 높이의 의회 깃발 게양대를 기어 올라가 ‘남부연합기(confederate flag)’를 끌어 내렸다. 달려온 경찰에게 그는 “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당신들의 증오와 억압과 폭력에 맞서고자 한다”고 외쳤다. 뉴섬은 현장에 있던 동료와 함께 곧장 연행돼 최대 3년 징역형이 가능한 경범죄 처벌법 위반(기념물 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남부연합기는 45분 뒤 다시 게양됐다.
한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한 흑인교회 신도 9명에게 총기를 난사해 살해한 ‘찰스턴 교회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진 지 만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던 뉴섬은 인종-여성 차별 철폐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의회가 버젓이 차별의 상징적 깃발(남부연합기)을 내걸고 있는 게 찰스턴 참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지금이야말로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판단, 그린피스 활동가 등 전문가 도움을 받아 일주일 넘게 깃대에 신속히 오르는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그의 비폭력 불복종 행동이 알려지자 미국 전역에서 응원이 쇄도했다.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으로 그의 보석금 모금운동이 전개됐고, 수많은 거물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자청했다. 당연히 그도 공식 성명 외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취지를 설명하며 주의회를 성토했다.
10여 일 뒤인 7월 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은 깃발 존치에 대한 찬반투표를 통해 남부연합기를 스스로 내리기로 결의했다. 뉴섬 등의 혐의 역시 법원에서 기각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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