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인상'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일본 여행 가 본 사람이라면 동전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편의점에서 먹거리 몇 사면 1엔 단위까지 계산된다. 일본의 소비세는 현재 10퍼센트다. 한국과 같다. 일본 기업은 한국과 달리 소비세를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다. 이에 소비세를 뒤늦게 붙이면 1엔 단위로 물건값이 뒤늦게 계산된다. 한국처럼 깔끔하게 백 원 단위로 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일본의 소비세 인상은 일본 정치에 강한 영향을 끼쳤다. 아베 1기 내각의 실정을 딛고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은 2012년 소비세율 5퍼센트를 단계적으로 10퍼센트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소비세 증세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은 후쿠시마 쓰나미라는 최후의 한 방을 맞은 끝에 3년 3개월 만에 정권을 내줘야 했다.
소비세, 한국 식으로 부가가치세는 인상이 가장 쉬운 세금이다. 소비자가 소비하는 품목에 세금이 포함돼, 간접적으로 세수를 확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말하자면, 이재용 삼성 회장이 캔커피를 사든, 월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일용직 노동자가 캔커피를 사든 같은 세금을 낸다. 그걸 간접적으로 내니, 소비자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한 번 올려놓으면 정부로서는 세수를 가장 쉽게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가는 길이 험난하다. 세금 인상은 일단 반발을 부른다. 세금을 더 내겠다는 지구인은 80억 명 중 한 명도 없다. 세금 인상은 소비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껏 살려놓은 경기가 가라앉을 위험이 있다. 정부로서는 쉽게 내놓기 어려운 카드다. 코너에 몰렸을 때나 겨우 고민해 볼 방법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가 부가가치세 인상 카드를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 혹은 여의도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증세를 너무 늦게 시작하면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다(따라서 기왕 올릴 거면 빨리 올려야 한다). 지금 증세를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항목은 부가세"라는 보고서가 나오는 식이다.
정부의 이전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어떤 식으로 언론에 '흘린다.' 반응을 본다. 그리고 대통령실이 발을 빼든, 찬성하든 여론에 반응한다. 이번 부가세 인상 루머도 이전과 다르지 않은 전형적 형태다.
자꾸만 걸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23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라는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사이 나라 살림은 거덜났다.
지난 달 9일 기획재정부 발표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세수입은 '역대급 펑크'가 난 작년 동분기 보다도 2조2000억 원 줄어든 84조9000억 원이었다. 주원인이 법인세수 감소였다. 1분기 법인세 수입은 작년보다 5조5000억 원 급감한 18조7000억 원이었다.
소득세 수입도 7000억 원 감소했다. 그 결과가 1분기 관리재정수지 75조3000억 원 적자다.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두드러지게 증가한 세목이 딱 하나 있다. 부가세 수입이다. 작년 1분기 16조5000억 원이던 부가세 수입이 올해 20조2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거덜난 나라 곳간을 메우는 수단으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회가 이를 막아줄 거라 기대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도 여당과 감세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종합부동산세 폐지 논의를 먼저 꺼내든 당이 야당이다. 당 대표는 논란 이후에도 이에 관해 공식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소비세 감세가 정권의 명운을 흔들었다. 우리도 기실 이런 역사가 있다. 박정희 독재 말기였던 1977년 오일쇼크로 인해 나라 살림이 흔들리자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다. 부자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지 않고, 가난한 사람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 간다는 반발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결국 정권은 (총탄과 함께) 교체됐다. 현 권력, 곧 대통령실과 여의도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아니면 종부세 완화와 함께 부가세 인상 카드를 꺼낼 것인가.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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