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와 성남FC의 특별한 축구 수업… “운동장에서 축구로 ‘급발진’하고 ‘욱하는 마음’으로 슈팅해라”
지역 특성화 교육사업의 핵심…학생 요청에 교사가 신청하는 등 호응 높아
지도자 눈높이 맞춤 지도… 교실수업에서 배 아프다던 학생 축구로 생기
성격 강한 학생은 더 적극적으로 소통… 자신감 회복과 평정심 유지 효과
“원래 하루에 한 번씩은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에요. 그런데 축구 수업만 되면 활기가 넘치네요.”
지난달 22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중부초등학교 운동장.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 교과 수업의 일환으로 2∼3교시 축구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담임교사는 공을 따라 쉴 새 없이 뛰는 한 남학생을 보며 이같이 말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3교시 80분 내내 수업을 지도하는 감독과 코치 선생님 말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집중하는 눈빛도 교실 수업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반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학생들의 호응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관내 73개 초등학교 중에 절반에 가까운 36개 학교가 신청했을 정도다. 그 가운데 중부초도 있는데, 2학년 3개 반 전체가 축구수업을 신청했다.
수업은 한 반 당 한 학기에 두 차례 진행된다. 1차 수업에선 ▲부상 방지 안전 교육과 준비 운동 ▲팀 편성 및 몸풀기 운동(팀별 달리기) ▲공을 이용한 기본기(드리블, 패스) 등을 한다. 2차 수업은 기본기 슈팅과 단합 레크레이션, 팀 대항 미니 축구 경기 등으로 채워진다.
이날 진행된 2학년 2반 수업의 강사는 성남 FC 유소년 U-15(15세 이하)팀의 이상용 감독과 김민 코치였다. 둘은 첫 시작인 몸풀기 운동부터 학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대화를 시도했다. 어제 무엇을 했고, 오늘 기분과 몸 상태가 어떤지 등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끊이질 않았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일만으로도 신이 난 아이들에게 선생들의 따뜻한 관심이 쏟아지자 여기저기서 ‘아무말 대잔치’가 펼쳐졌다.
몸을 쓰는 운동이지만 여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특히 오른발, 왼발 번갈아가며 발바닥으로 공을 컨트롤하는 기본기 수업에선 남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에 덤벼들었다. 여성 연예인들이 축구를 하는 지상파 TV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이라는 게 담임 선생님의 귀띔이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손흥민(토트넘)이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같은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려는 일종의 ‘미러링 효과(Mirroring Effect)’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서툰 탓에 공이 발에서 멀리 벗어나기 일쑤지만 여학생들은 싫은 내색 없이 끝까지 따라갔다. 이 감독과 김 코치는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해보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볼터치에 성공하면 하이파이브와 함께 잘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초등학생까지는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의 운동능력이 더 좋고, 욕심도 더 있다”라며 “그런데 운동장에서 운동할 기회가 별로 없고, 그게 불만이라는 의견이 많다”라고 전했다.
중부초는 성남지역에서 학교 체육 활동에 관심이 큰 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학교 본관 건물 뒤에 피구장을 만들고, 건물 각 층마다 놀이방도 배치했다. 전통놀이 수업도 있다. 담임 교사는 “아이들이 1교시에 놀이수업을 이미 한 상태에서 뛰는 데도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아 놀랐다. 그만큼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라며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널티킥 연습에도 학생들은 열성적이었다. 각자 자기 편을 응원하는 목소리로 학교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이날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여학생, 손유안 양은 “운동장에서 뛰며 놀다 보면 하루가 신이 나고, 공부도 더 잘 된다”라며 “축구수업을 통해 성남 FC의 ‘찐팬’이 됐고,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생겨 스케이트도 배우고 있다”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의 경우 선수들을 투입해 축구수업을 진행했던 성남 FC는 학생 인성 관리에도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감독에 따르면 다소 성격이 강한 학생들을 더 관심 있게 지도해 달라는 부탁이 있으면 해당 학생들에 대해선 수업 시간에 손을 잡아주고 얘기를 좀 더 많이 하려 애쓴다. 실제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학생에게) 운동장에서 축구로 급발진하고(풀고), 욱하는 마음으로(짜증나는 기분만큼) 공을 시원하게 차면 오히려 반에서 인기 있는 친구가 될 거라고 말해줬더니 성격이 차분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나더라고요.”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 가운데 체육에 해당하는 영역을 분리해 새로운 통합 교과를 신설하는 교육 과정 개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의결했다. 체육이 다시 별도 교과로 분리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성남시와 성남 FC는 일단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과 전인적 발달을 고루 기대할 수 있는 축구 교실 수업 프로그램의 내실을 더욱 다져나갈 계획이다. 또 성남시 전체 학교가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성남 미래교육 프로그램으로 추진되는 축구교실은 2019년 교육부로부터 우수 혁신 교육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성남 FC 김영하 대표이사는 “구단의 숙원 사업이었던 지역 밀착 교육 활동에 반응이 좋아 기쁘다. 초등학교 1∼2학년은 친구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운동이 필요한 시기다. 리더십을 배우고 협동심을 체득하는 첫 단계이기도 하다” 며 “성남 미래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내 아이에게 축구를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성남 FC의 체육 수업 지원은 성남의 미래를 키우는 일”
[INTERVIEW] 신상진 성남시장
신상진 성남시장은 “의사로서 건강한 신체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성남시는 지역 특색을 활용한 교육 지원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성과 사회 정서를 키워주는 학교 체육 활동 지원은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된 성남FC가 구단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축구교실을 ‘성남미래교육 프로그램’으로 편성한 게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성남시 미래교육과와 연계 운영된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민선 8기로 2022년 취임한 신 시장은 처음부터 “성남의 아이들이 공교육 내에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 행복한 배움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같은 다짐을 실행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사업은 축구 교실 지원이었다.
성과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성남FC 축구 교실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1000여 명 정도이다. 올해는 3000명으로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난다. 방문 학교도 지난해에는 11개였지만, 올해는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학교 체육 활성화가 주요 화두다.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부가 요청한 초등학교 1∼2학년의 신체 활동 교과 신설을 골자로 하는 국가 교육 과정 변경안을 지난 4월 의결했다. 하지만 실제 실행되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 등 후속작업이 남아 있다. 또 교원 단체와 일선 초등학교 교사들의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시장의 행보는 여러 모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신 시장에게서 축구 교실 지원 사업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축구 교실 수업 현장을 참관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더라. 교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학생들이 축구를 하면서 그동안 터트리지 못해 쌓아뒀던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웃고 즐기더라. 축구를 하고 나면 공부도 잘 된다는 학생도 있었다.
“요즘 학교 체육 시간도 줄고 학생들의 신체 활동에 대한 중요성을 공교육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성남 FC 축구교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라면서 필요한 건강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축구로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기초 체력과 사회성을 키우고 인성까지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성남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프로젝트다.”
- 축구 교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성남 FC의 팬이 되기도 한다. 이 학생들이 자라서 계속 생활 체육 활성화에 기여하면, 결국 성남시의 건강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들의 삶의 행복감을 높이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데에 축구만한 매개체가 없다고 본다. 학생들이 축구를 하면서 체육 활동을 하는데, 성남 FC의 팬까지 된다면 그만한 발전 동력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성남시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학생들이 프로축구단을 응원하면서 시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거다. 성남에서, 성남과 밀착해 꿈과 희망을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품는 셈이다.”
- 성남시가 유아기에서 성장기로 진입하는 초등학생 체육 활성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학교 체육을 시의 발전 동력으로 삼는 전도사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의사로서 건강한 신체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가 되려면 성장기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체육 활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성남시는 ‘성남미래교육’이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겠다.”
- 대대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인가?
“성남미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문제점과 만족도 등을 평가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양적, 질적으로 더 확대 발전시키겠다. 특히 성남FC는 성남의 유일한 프로 스포츠 구단으로서 초등학생뿐 아니라 유아와 청소년, 여성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축구로 학생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으로 본다. 성남시와 성남FC의 노력들은 구단의 탄탄한 자생력으로 돌아올 것이다. 구단의 격과 위상을 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성남=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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