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서 소원 빌고 ‘비밀의 정원’서 인생 사진 건져볼까

명민준 기자 2024. 6.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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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여름, 활력 대구에서] 천혜 환경과 역사문화 품은 대구 동구
북쪽으론 팔공산, 남쪽으론 금호강 ‘절경’… 여름의 절정 8월엔 연꽃 만개해 장관
미나리 삼겹살 등 ‘5味’로 입까지 즐거워… 동대구역-대구공항 자리해 접근성 우수

지난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 팔공산. 대구 동구 제공
회색빛 도시의 빌딩 숲을 헤쳐 나가면 곧바로 산과 강을 마주할 수 있고 역사문화 자원이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산지가 많은 한국 대도시들의 특징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만의 장점’이라고 칭송하는 매력 포인트다. 대구 동구는 바로 이런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다. 북쪽으로는 지난해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최고의 명산 팔공산이 드넓은 자락을 펼치고 우뚝 솟아 있다. 남쪽으로는 금호강이 도시 전체를 감싸듯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문화 자원도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풍부하다.

동구는 전국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기 쉬운 도시다. 하루 평균 300여 대의 열차가 정차하는 동대구역과 세계 각국을 이어주는 거점인 대구국제공항이 동구에 있다. 가방 하나 둘러메고 차표 한 장 끊어서 동구로 출발해 보자.

산으로 강으로, 힐링로드

여정의 시작점은 단연 팔공산이다. 팔공산은 대구의 자존심이라고도 불린다. 산세의 기상이 웅혼하고 산이 품고 있는 역사도 깊다. 비로봉에서 좌우로 이어지는 동봉과 서봉이 날개를 펼친 독수리 형세로 기세 좋게 뻗어 있다. 팔공산은 해발 1192m로 높은 산에 속한다. 일반 관광객이나 초보 등산객이 오르기에는 버거운 편이다. 그래서 쉽고 빠르게 오르는 방법으로 팔공산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최대 6인승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820m 신림봉 정상까지 10분 만에 오를 수 있다.

갓바위.
해발 850m 관봉 정상에 있는 갓바위는 팔공산의 자랑이다.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 걸작으로 보물 제431호로 지정돼 있다. 신라 선덕여왕 7년(638년)에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갓바위는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해서 전국구 기도처로 더욱 유명하다. 그래서 계절에 상관없이 갓바위 부처님을 만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동화사는 신라 소지왕 15년(493년)에 지어진 팔공산 대표 사찰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석불인 통일약사여래대불이 이곳에 있어 팔공산을 찾는 이들이 꼭 들러야 할 관광지로 꼽힌다.

도동 측백나무숲은 침엽수인 측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식물 및 유전학적 연구 가치가 높다는 학계의 판단으로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된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연기념물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동구는 측백나무숲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해 차를 마시고 명상할 수 있는 이색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에게는 측백나무 묘목을 화분에 옮겨 심은 선물도 준다.

동촌유원지.
도심을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명실상부 대구의 젖줄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수변공간인 만큼 유원지도 형성돼 있다. 대구 최초의 유원지인 동촌유원지다. 잔잔한 강물 위에서 오리배와 카약 등을 타고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 사이에서 유원지 일대가 피크닉 하기 좋은 장소로 알려지고 있다. 주변에 캠핑용품을 빌릴 수 있는 대여점도 여러 곳 생겼다. 또 근처에 맛집과 예쁜 카페도 많아 데이트하기도 좋다. 밤마다 경관 조명 빛을 내뿜는 해맞이다리와 아양기찻길도 동촌유원지의 자랑이다. 다리 밑 10여 m 아래에 흐르는 세찬 금호강 강물이 아찔함을 선사한다. 대구시가 최근 금호강 곳곳에 남아 있는 미개발지를 전국적인 수변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공사를 시작해 앞으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반야월 안심창조밸리에는 전국 최대 연근 재배단지가 있다. 동구는 2014년 총사업비 86억 원을 투자해 7년 동안 공사를 거쳐 총길이 13㎞의 산책로를 만들었다. 생태 관광명소로 거듭난 연근 재배단지는 국내 사진작가들에게 ‘비밀의 정원’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매년 8월 연꽃이 만개할 때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1000년을 넘나드는 경이로운 시간여행

대구는 6·25전쟁 피해를 비교적 적게 입은 지역이라 역사의 흔적이 잘 유지돼 있다. 특히 동구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 부지런히 도시 곳곳을 누비면서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로,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로 넘나드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서양식 근대 건축미가 눈에 띄는 효목동 조양회관은 1920년대 근대 건축물 가운데서도 우수한 양식으로 호평받는다. 조양회관은 ‘아침 해가 비치는 곳’ ‘조선의 빛’이라는 뜻으로 독립운동가 서상일(1886∼1962년)이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대구 지역 청년의 민족계몽운동을 위해 세운 교육회관이다. 1922년에 달성공원 앞에 건립됐다가 1992년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 후 복원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백두산 소나무로 만든 나무 바닥과 압록강에서 가져온 낙엽송으로 만든 격자 창문틀이 눈에 띈다. 조양회관의 건물 구조는 상해임시정부 청사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현재 1층은 대구경북 독립운동 전시실로, 2층은 대강당 전시실로 사용되고 있다.

조양회관 옆에는 높이 45m의 대리석으로 만든 거대한 항일운동 기념탑과 높이 45m의 대구에서 가장 큰 태극기, 그리고 광장이 있다. 1945년 광복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45m로 건립했다고 한다. 항일운동 기념탑 뒤쪽에는 대구경북 지역 독립유공 서훈자 1800여 명의 이름이 음각돼 있어 경건함을 더한다. 기념탑 앞쪽 광장에는 대구 지역 독립운동의 역사를 6가지 테마(학생운동, 항일대중운동, 국외독립운동, 무장독립운동, 3·1독립운동, 국권회복운동)로 나눠 재구성한 역사의 길이 있다. 탑 아래 위치한 항일독립운동 체험학습관에서는 광복군 옷, 임시정부 관련 서류,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둔산동에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한옥마을이 있다. 1616년 경주 최씨 대암공파 후손들이 모여 살며 형성된 옻골마을이다. 지어진 지 400년이 넘은 고택이 무려 20채나 있다. 동구는 2016년부터 총사업비 58억 원을 투입해 마을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코스를 마련했다. 옻골마을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담은 홍보관을 비롯해 한복 체험, 야간 별빛투어 코스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재청이 선정한 전국 10대 아름다운 돌담길에 선정된 돌담길과 수령 350년 이상의 비보숲은 반드시 사진 한 장쯤은 남겨야 할 포토존이다.

불로동 고분군에는 크고 작은 무덤 270여 기가 모여 있다. 도착하자마자 ‘여기가 대구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학계에서는 5, 6세기경 삼국시대 당시 불로동 지역을 통솔하던 세력이 고분군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8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62호로 지정됐다. 초록 풀로 뒤덮인 고분군은 힐링 산책로로도 인기다. 고분 사이에 홀로 우뚝 서 있는 나 홀로 나무가 특히 아름답다. 5, 6월 금계국이 필 때면 고분 위는 온통 노란 물결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7월에는 개망초로 하얗게 눈 내린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여행객 입맛 돋우는 동구 5미(味)

팔공산 ‘미나리 삼겹살’.
동구에는 여행객의 출출한 배를 달래줄 5가지 대표 음식이 있다. 닭똥집과 오리요리, 팔공산 미나리 삼겹살, 연근 요리, 산채 요리로 동구 5미(味)라고 부른다. 동대구역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에 신암동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이 있다. 이곳에는 닭 모래주머니(닭똥집) 전문점 수십 곳이 모여 있다. 보통 구워서 기름장에 찍어 먹지만 이곳에서는 치킨처럼 튀기거나 튀긴 후 양념을 입혀 먹는다. 1970년대 처음 가게가 생겼고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하나둘씩 가게가 늘어나며 닭똥집 골목이 형성됐다.

방촌동과 용계동, 송정동 등 곳곳에는 오리 요리 맛집이 산재해 있다. 이들 식당에서는 한방오리를 비롯해 오리바비큐와 생오리구이 등을 취급하고 있다. 한방오리는 오리와 십전대보탕이 조화를 이룬 음식으로 먼저 오리고기를 맛본 뒤 육수에 찹쌀 누룽지를 삶아 먹는 영양 만점 음식이다.

팔공산 자락 청정 지역에서 재배된 미나리는 줄기가 굵고 부드러우며 향이 진하다. 또 깨끗한 환경과 지하수를 이용한 농법으로 재배해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미나리와 삼겹살은 찰떡궁합을 이룬다. 미나리 철에 팔공산을 찾으면 미나리 삼겹살을 즐길 수 있다.

동구 반야월은 전국에서 연근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인데 이 연근을 활용한 식당도 팔공산 일대에서 성업 중이다. 이들 식당은 반야월 연근을 공급받아 직접 손질해서 연근 요리를 만들고 있다. 연근 떡갈비를 비롯해 장아찌, 연잎밥 등이 나오는 연근 정식이 주메뉴다. 산채비빔밥과 산채 정식 등 산채 요리도 입맛을 돋운다.

윤석준 동구청장은 “교통 인프라는 물론 먹고, 즐기고, 편히 잘 수 있는 숙박시설까지 충분한 동구에서 즐거운 여행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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