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역사와 자연이 선사하는 낭만에 매료
삼국유사 탄생한 인각사부터 삼존석굴까지 역사적 장소 많고
개간촌 화산마을에선 전망대 올라 하늘 걷는 기분 느낄 수 있어
과거 향수 느끼고 싶다면 문방구 등 재현한 문화 체험장 방문을
군위는 인구 2만3000여 명의 소도시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 소멸을 넘어 존립마저 우려스럽던 경북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였다. 그러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에 이어 지난해 7월 대구시로 편입하면서 주거단지와 첨단산업단지, 연구시설, 관광단지까지 품게 돼 전국 지자체 가운데서도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남권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지로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사실 군위는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 위로 까면 깔수록 새로운 매력을 뿜어내는 양파 같은 도시다. 천천히 둘러보면 어디에서 사진을 찍든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군위다. 군위의 면적은 무려 614.3㎢로 서울(605.2㎢)보다 넓다. 실제로 가 볼 만한 곳도 꽤 많다.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군은 삼국유사 콘텐츠를 바탕으로 2020년 의흥면에 국내 최초로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종합테마파크인 삼국유사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사업비 1223억7800만 원이 투입된 삼국유사테마파크에는 곳곳마다 삼국유사의 숨결이 스며 있다. 정문인 가온문에는 삼국유사의 첫 장에 적힌 서문(序文)을 그대로 옮긴 조형물이 있다. 후문인 누리문에는 삼국유사 마지막 장에 적힌 발문(跋文)을 옮겨놓았다.
주 전시관인 가온누리관은 삼국유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체험 공간이다. 1층 신화서클영상관에서는 몽골 침략에 맞서는 일연 스님의 가상 스토리를 상영한다. 15분 분량의 영상은 360도 스크린에서 펼쳐지며 진동과 바람 등의 효과를 첨단기기로 표현해 방문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2층 설화문화체험관에서는 청자 만들기와 소원 빌기, 주령구 놀이 등의 전통 체험을 할 수 있다. 야외 놀이시설도 풍성하다. 어린이 물놀이장인 해룡놀이터는 삼국유사 속에 등장하는 용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최대 길이 175m의 사계절 썰매장인 해룡슬라이드도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다. 숙박시설도 갖췄다. 영웅 탄생을 연상시키는 알 모양의 돔하우스형 숙박시설로 32㎡형 10개 동과 44㎡형 10개동이 있다.
사실 인접 도시 사람들에게 군위의 최고 명물을 물으면 삼국유사나 인각사보다 삼존석굴을 꼽는 이가 더 많은 편이다. 부계면의 삼존석굴은 1962년 국보 제109호로 지정된 군위의 유일한 국보다. 수직 천연 암벽 20m 높이의 굴 안에 아미타여래 삼존상을 모시고 있다. 우리나라 석굴사원 가운데 유일하게 자연 암벽을 이용해 조성됐다. 삼존석굴은 한때 제2석굴암이라는 별칭으로 더욱 유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북 경주 석굴암보다 약 100년 앞서 지어졌으며 훗날 석굴암 조성의 모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늘길 따라, 돌담길 따라 걷는 마을 여행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은 ‘육지의 제주’라는 별명을 가졌다. 고택 사이사이마다 돌담이 형성돼 있어 마치 제주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유독 돌이 많은 땅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돌담이 생겼다고 한다. 사람들은 집을 짓거나 농토를 개간하면서 돌을 골라냈는데 멀리 치울 것도 없이 집 주변에 둘러 돌담을 만들었다고 한다. 돌담길을 거닐며 인생 사진을 건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밤마을은 고려시대인 950년경 홍란이라는 선비가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마을이 형성돼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홍씨 집성촌이다. 고택 가운데 대청이 눈에 띈다.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262호 대청은 조선 초에 건립된 건물로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632년에 중창했는데 오랫동안 서당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남천고택은 경북도 민속문화재 164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 후기 주거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고택 스테이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늘길 따라, 돌담길 따라 걷다 보면 발바닥이 후끈 달아오른다. 이럴 때 동산계곡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동산계곡에는 팔공산 원시림을 따라 4㎞ 남짓한 물줄기가 흐른다. 계곡 중간중간마다 20여 개 크고 작은 폭포가 있어 경치도 아름답고 물놀이하기에도 좋다. 울창한 숲과 맑고 깨끗한 물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시켜 준다.
감성 충만, 낭만도시 군위
군위는 알고 보면 여행객의 감성을 가득 채워줄 줄 아는 낭만이 가득한 도시다.
산성면 화본리 화본역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였던 1938년 영업을 시작해 긴 세월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의 발이 돼 주고 있다. 하루 여섯 차례 승객이 타고 내려서 역에는 실제 승객보다 역 자체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더 많다. 뾰족한 지붕과 오랜 세월이 옛 글씨체로 쓰인 화본역 간판, 철도청 시절부터 사용한 도장까지 유구한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철길 너머에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대던 급수탑이 아직도 우뚝 솟아 있다.
대구시는 여행객들이 편하게 군위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시티투어버스를 타면 앞서 소개한 여행지를 순서에 따라 찾을 수 있다. 예약 및 문의는 대구시티투어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알고 보면, 그리고 보면 볼수록 매력이 가득한 군위에서 낭만과 추억을 가득 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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