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은행 계좌 없는 1.7억명이 잠재고객… 문화차이 딛고 성장”
세계4위 인구-年5% 성장 인니서, 현지 직원 동기부여로 역량 키워
IBK, 진출 3년만에 흑자 전환 성공… 자산 3배, 대출-예금 2배 이상 늘어
10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수도 자카르타의 중심 상업지구. 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 본사는 이곳에서도 메인 교차로에 있는 ‘위스마 GKBI(Wisma GKBI)’ 건물에 자리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10여 명의 직원이 현지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이 한국의 여느 지점과 다를 게 없었다. 여신과 정보기술(IT) 담당, 인사, 리스크 관리 부서 등을 통틀어 본사 근무 인력만 3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한국인 주재원은 12명뿐, 나머지는 모두 현지에서 고용된 직원이었다. 오인택 IBK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2019년 현지 법인 출범 이후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며 “주재원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현지 직원들의 역량도 많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 “은행 계좌 없는 1억7000만 명이 잠재 고객”
오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는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인도네시아는 인구와 자원은 많고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한데 우리는 그 반대”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베트남을 대체할 제조 강국으로 떠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이고 국내 금융사들도 앞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100개 이상의 상업은행이 영업 중일 정도다. 상위 4개 은행의 자산 비중이 전체 은행권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중 3곳은 국책은행인데 기업은행보다 앞서 진출한 글로벌 은행도 많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서민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과 비교하면 신용평가 시스템 등 신용정보 관련 데이터와 제도 및 시스템 구축까지 갈 길이 멀다. 대부분의 대출 업무도 신용정보가 아닌 담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기업은행 역시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며 부침을 겪었다. 인도네시아의 소형 은행인 아그리스(Agris)와 미트라니아가(Mitra Niaga) 등 2곳을 2019년 1월 인수한 뒤 그해 9월 출범했지만, 2021년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 출범 3년 만에 흑자 전환… 지난해 92% 성장
IBK 인도네시아는 현지 직원들과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했다. 흔히 말하는 ‘카르페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기자)’이 몸에 밴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동기부여가 주효했다. 오 법인장은 “매년 전체 인건비 예산의 3.5%를 직원 교육에 투입하고 성과가 우수한 직원들은 한국 여행도 지원한다”며 “현지 직원들에게 기업은행의 DNA를 이식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덕분에 자산이나 영업 실적도 획기적으로 뛰고 있다. 자산은 2019년 말 6조4000억 루피아(약 5400억 원)에서 2023년 말 19조4000억 루피아(약 1조6400억 원)로 3배 이상으로 성장했고, 같은 기간 대출과 예금 자산 역시 각각 4조 루피아(약 3400억 원)에서 9조 루피아(약 7600억 원)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첫 진출 당시 10%가 넘던 부실채권(NPL) 비율도 개선됐다. 2019년 말 11.68%였던 수치가 지난해 말에는 1.48%까지 떨어졌다. 현지 은행을 인수할 당시 쌓여 있던 NPL을 상각하고, 적극적인 담보 매각을 통해 회수에 나선 덕분이다.
● 2030년 당기순이익 1조 루피아 달성 목표
IBK 인도네시아는 더 큰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2030년 총자산 50조 루피아(약 4조2300억 원), 당기순이익 1조 루피아(약 850억 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목표 달성의 성패는 현지 영업력에 달렸다. 이를 위해 마케팅 조직 확대와 기업 고객 특화 서비스 및 개인 고객을 위한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생 대상 금융 교육과 디지털 마케팅도 지속할 계획이다.
부족한 영업망을 극복하기 위한 디지털 서비스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뱅킹 고도화 작업을 추진해 개인 고객의 편의성을 늘리고, 기업 고객을 위한 대면 수입신용장 개설 및 대규모 송금 등 기업들이 필수로 요청하는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오 법인장은 “중장기 목표가 도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조급함을 버리고 한국 주재원이 아닌 현지 직원들이 앞장서서 이끄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안정적이고 탄탄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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