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띄운 ‘해외건설 펀드’ 8300억 손실… 日, 사업정리 나서

도쿄=이상훈 특파원 2024. 6.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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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국책 사업으로 출범시킨 정부 주도 민관 펀드가 잇따라 수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집권 때인 2010년대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 구현을 위해 출범한 기금이 대부분이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건설 투자를 지원하는 민관 펀드 '해외교통·도시개발 사업지원기구(JOIN)'가 지난해 결산에서 799억 엔(약 6946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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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해외 ‘한류 따라잡기’ 국책사업
美신칸센-미얀마 개발 등 잇단 좌초
韓도 벤치마킹… “반면교사 삼아야”
대중문화 육성 ‘쿨저팬’도 존폐 위기

일본이 국책 사업으로 출범시킨 정부 주도 민관 펀드가 잇따라 수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집권 때인 2010년대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 구현을 위해 출범한 기금이 대부분이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한국이 잘나가던 해외 건설, 한류 등을 따라잡기 위해 민관 펀드를 띄워 총력전에 나섰다. 말이 민관 펀드였지 정부 자금이 대부분인 ‘관변 기금’이었다. 하지만 결국 성과 없이 큰 손실만 입고 사업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 꼼꼼한 산업 경쟁력 검토, 치밀한 실행 계획 없이 ‘묻지 마 투자’에 나서면 뼈아픈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건설 투자를 지원하는 민관 펀드 ‘해외교통·도시개발 사업지원기구(JOIN)’가 지난해 결산에서 799억 엔(약 6946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표했다. 10년간 총손실은 955억 엔(약 8300억 원)에 이른다.

이 펀드는 개발도상국 항만 건설, 도시 개발 등에 참여하는 자국 기업 지원을 위해 일본 정부 98%, 민간 2% 지분으로 2014년 설립했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글로벌 건설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외교 영향력 확대도 노렸다. 한국 국토교통부가 2017년 ‘한국판 JOIN 신설’을 발표하며 정책 벤치마킹에 나서기도 했다. 사업 구상부터 시공, 관리, 자금 조달까지 정부가 종합 지원하는 게 골자였다.

JOIN은 올 3월까지 2561억 엔(약 2조2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40%가 손실로 잡혔다. 현지 쿠데타로 중단된 미얀마 도시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0년대 민주화에 맞춰 양곤 군사박물관 자리에 복합 상업시설 건설에 나섰지만, 고스란히 손실이 됐다.

아베 전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 성과로 추진했던 미국 텍사스 신칸센 건설 사업은 현지 기업에 출자해 땅을 샀지만 언제 착공할지 기약이 없다. 브라질 철도 사업 등에서도 손해를 입었다. 손실이 점점 커지자, 일본 국토교통성은 사업 재검토에 착수했고 결론을 내기 전까지 신규 사업은 정지하기로 했다.

일본의 민관 펀드 실패는 처음이 아니다. 이른바 ‘쿨 저팬’ 전략을 내세우며 한류 따라잡기를 위해 2013년 출범한 해외 수요 개척지원기구(쿨 저팬 기구)는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398억 엔(약 3462억 원)에 달하며 존폐 위기에 몰렸다.

쿨 저팬은 애니메이션, 음악 등 자국 대중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2012년 취임한 아베 전 총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비즈니스로 만들겠다”며 1호 정책으로 내세웠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손실에 일본 재무성은 통폐합 검토에 나섰지만, 내각부에서는 “위축되지 않고 정책에 임하겠다”며 밀고 나갈 뜻을 밝혔다.

일본에서는 민간이 위험성을 안고 투자해 생존을 걸고 절실하게 매달려야 하는 산업에 섣불리 정부가 투자해 안이하게 추진했다가 손실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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