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연금술사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2024. 6. 2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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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며칠 전 오랜만에 TV를 틀었더니 공중파 방송사 한 곳이 글로벌 마술사들을 초대해 '더 매직스타'라는 서바이벌 마술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참가한 마술사들의 실력이 출중했고 간만에 보는 마술쇼에는 내가 과거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종류의 재미있는 마술들이 있었다. 당신이 마술사의 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마술사가 되고 싶은가. 나는 예전부터 딱 하나 생각해둔 마술이 있다. 납이나 비싸지 않은 다른 금속을 가지고 금을 만드는 연금술이다.

올해 3월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K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에 다닌다. 이번주에는 같은 과정 원우 네 분이 자신들의 인생관 또는 직업 등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중 30년 이상 공무원 생활을 하고 명예롭게 은퇴한 후 현재는 자유로운 60대를 살고 있는 원우님으로부터 연금술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배웠다. 노후에 연금으로 술 사는 사람이 연금술사며 친구들의 경제활동이 뜸해지는 60대 중반 이후엔 당신이 받을 공무원연금으로 친구들에게 술을 사는 진정한 연금술사가 되시겠단다. 내 생활의 오랜 루틴 가운데 하나는 아침운동이다. 아침운동을 위해 오전 6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서면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서 폐박스를 잔뜩 싣고 힘겹게 리어카를 끄는 연세 드신 분들을 자주 마주친다. 내가 사는 동네는 여전히 고물상도 있고 33평에 십몇억 하는 신축아파트들과 오래된 가게 및 단독주택들이 어울려 있다. 그리고 그 주위를 연세 드신 분들의 리어카들이 돌고 있다.

두 달 전 일이다. 충북 청주 인근의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중학교 동창 복지원장님과 요즘 복지원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들어 그 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그것은 시설에 입소해 오래 생활한 나이 들고 몸이 아픈 복지원생들을 데리고 병원에 다니는 일이라고 한다. 일손이 부족하고 따로 출장비를 줄 예산도 없다 보니 복지원 운영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MZ세대 복지사들을 보면서 나의 직장이 있는 서울 한남동 이태원 거리에서 만나는 밝고 화려한 차림의 MZ세대가 대비됐다. 노령화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부가 아닌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도전적인 과제를 던진다.

요즘 주요 뉴스의 하나가 의대증원 문제다. 내가 대학에 진학한 1980년대에는 서울대 물리학과나 전자공학과 입학하기가 서울대 의예과보다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 입학 인기순위가 지방 의대까지 다 돌고 나서 서울대 공대라고 들었다. 우리 사회의 의대쏠림 현상은 개인주의가 강해져서일까. 아니면 건강만 허락하면 70, 80대까지 일할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경제적인 매력 때문일까.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화두다. 인공지능에 필요한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라는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2조9000억달러로 2023년 한국 GDP인 1조7000억달러의 1.7배며 최근 1년간 3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불안해하는 직종의 사람도 많다. 과거 과학기술의 발전이 육체노동자들을 기계가 대체하게 했다면 최근 인공지능은 기계가 지식노동자들을 대체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된다고 가정한다면 10년 후, 아니 어쩌면 5년 후 시점에 2024년 오늘의 한국 사회를 되돌아볼 때 의대증원 문제가 몇 달에 걸쳐 많은 환자와 그 가족을 불안하게 만들 만큼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다고 생각될까.

계층분화와 승자독식이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서학개미들까지 포함해서 전 세계 투자자의 돈과 과학기술계 최고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린다. 이럴 때 연금술사의 마법을 부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만든 소중한 금(Gold)으로 우리 사회의 노후빈곤과 장애인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리고 필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병원을 짓는데 쓰고 싶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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