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가 엘리트 스포츠 변곡점

장민석 기자 2024. 6. 2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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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인터뷰
지난 21일 인터뷰를 가진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고운호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전망은 그리 밝진 않다. 대회를 앞둔 한국 스포츠 수장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은 이번 대회 메달 전망에 대해 “(금메달) 5개 정도가 우리 실력으로 보인다”면서 “양궁과 펜싱에 기대를 걸고 있고 수영과 배드민턴, 사격 등에서도 가능성이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올림픽은 워낙 변수가 많아 의외 종목에서도 메달이 나올 수 있고, 자칫 잘못 하면 20위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파리 선수단 규모는 140여 명 정도. 1976 몬트리올 올림픽 50명 이후 최소 인원이다. 이 회장은 “이번 대회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 역사에 변곡점이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면서 “레슬링이나 유도 등 투기 종목 강세는 이제 옛말이 됐고, 늘 기초 종목이 부족하다던 한국이 ‘황금 세대’가 등장하며 수영이 기대 종목으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영 선수들을 지켜보니 끊임없이 외국 유명 선수 영상을 보고 기술을 분석한 뒤 자신에게 적용하더라. 요즘 운동하는 아이 중엔 스마트한 친구가 많다”고 했다.

전과 달리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나 격려가 부족한 건 아쉽다고 했다. 실제 이번 올림픽 선수단에 대한 기업 후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는 “선수들도 사회적 분위기를 탄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시대라지만, 선수들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보고 흘리는 땀방울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 대회 성적 부진은 학교 체육이 엘리트 체육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흔들리는 데서 온다고 분석했다. “학생 선수들이 너무 힘들다”면서 “평일 학습권을 보장한다고 주말이나 방학에 대회를 치러 아이들은 쉴 시간 없이 녹초가 된다”는 것이다. 또 음악이나 미술 쪽에는 없는 최저 학력제(주요 과목 성적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다음 학기 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제도)가 선수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린 K팝에선 열 살도 안 된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성공을 위해 올인하지 않는가. 물론 사회 적응을 위한 최소한 교육은 이뤄져야겠지만 이렇게 강제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려면 스포츠로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선택한 길에 대해선 존중을 해야 한다. 더 뻗어나갈 수 있는 아이들이 정부 규제로 성장이 멈춰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대비해 선수단은 파리 남동쪽 50여 ㎞ 떨어진 퐁텐블로 국가방위스포츠센터에 마련한 훈련 베이스 캠프에서 첫 짐을 푼다. 군사 스포츠 시설이라 실내 수영장과 육상 트랙 등 훈련 시설과 숙소를 갖추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 선수단이 베이스 캠프를 마련한 건 2012 런던 올림픽 브루넬 대학에 이어 12년 만”이라며 “시차 적응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대 5종 등 대회 후반부 일정을 소화하는 선수들은 이곳에서 충분히 담금질을 하고 대회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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