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축복… 결혼도 출산도 늘었다

정석우 기자 2024. 6. 2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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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혼인 1년 전보다 25% 급증
지난 25일 대구 중구 김광석길 야외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웨딩문화거리 혼례식'에서 류규하 중구청장(왼쪽 두번째)과 김주형 웨딩문화거리 상인회장(오른쪽 두번째) 등 내빈들이 부부의 혼례를 축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결혼이 4월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출생아도 1년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은 26일 4월 혼인 건수가 1만8039건으로 1년 전보다 24.6%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년 4월 기준으론 통계청이 혼인 건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체 월 기준으론 2018년 10월 이후 5년 6개월 만의 가장 큰 폭이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결혼이 증가했는데, 이런 경우는 작년 3월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대전의 혼인 증가율이 44.1%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구(37.6%), 울산(34.3%) 등의 순이었다.

그래픽=이철원

전문가들은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30대 초반 남녀들의 결혼 준비를 둘러싼 눈높이가 이전 세대보다 낮아진 상태에서 신혼부부 대상 1억원 특별 증여세 공제 한도 도입 등 정부의 결혼 장려책과 대구·대전 등 지자체별 결혼 인센티브가 쏟아지면서 결혼이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싼 주거비와 혼수 마련 부담 등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M세대(1980대 초반~1990년대 초반생)와 달리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생)는 형편에 맞는 결혼을 추구하는 경향이 비교적 강해졌다는 것이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1% 반등했다. 코로나 거리 두기로 미룬 결혼이 몰렸던 ‘엔데믹(풍토병화) 결혼’ 열풍 때문이다. 코로나 엔데믹 효과가 잦아든 올해 들어서도 결혼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출생아도 늘어날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4월 출생아는 1만9049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8% 늘어나 2022년 9월(0.1%) 이후 1년 7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2022년 8월부터 작년 6월까지 이어진 엔데믹발(發) 결혼 증가가 시차를 두고 출생아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월평균 결혼 건수는 2011년만 해도 2만7424건이었지만, 이후 매년 줄어 2022년 1만5974건까지 떨어졌다. 집값 부담 등으로 결혼을 주저하는 20·30대가 늘어난 가운데, “결혼을 꼭 할 필요가 있냐”는 비혼(非婚)주의가 확산했고 코로나까지 겹친 영향이다. 지난해 평균 결혼 건수가 다시 1만6000명대로 올라섰지만, 이는 코로나 거리 두기로 결혼을 미룬 남녀들의 결혼이 뒤늦게 몰린 ‘엔데믹(풍토병화) 결혼’ 열풍의 결과다. 하지만 올 들어 이른바 ‘엔데믹 결혼’ 열풍이 사그라들었는데도 결혼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1~3월) 결혼이 초혼을 중심으로 0.4% 늘었고, 4월 들어 이례적으로 큰 증가 폭을 보인 것이다. 이에 결혼 트렌드가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혼·독신주의 감소 추세

Z세대들이 하나둘 독신주의를 접고 결혼 대열에 합류하려는 경향이 M세대보다 강해진 데 더해 일부 지자체의 결혼 지원책이 가세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집값이 뛰고 취업난이 가중된 상태에서 X세대(1970년대생 전후)보다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각오하게 된 M세대 상당수가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룬 반면, Z세대들은 이런 현실을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차원 결혼 장려책까지 작용한 결과, 혼인 건수가 급등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에 전체 결혼 건수는 전년보다 0.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재혼을 제외한 초혼은 남자 기준 2%, 여자 기준 2.5% 늘어 2020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결혼을 통해 전통적인 의미의 가정을 꾸리려는 젊은 남녀가 늘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혼인신고가 가능한 평일이 올해 4월은 21일로 작년 4월(20일)에 비해 하루 늘어난 점도 이례적인 결혼 증가에 한몫했다고 통계청은 전했다. 또 통계청 관계자는 “대전과 대구 등 지자체 차원의 결혼 인센티브 효과도 작용했다”고 했다.

◇대전 44%↑ 대구 38%↑

대전·대구 등의 혼인 건수 증가세도 통계청이 주목하고 있다. 4월 결혼이 1년 새 44% 넘게 늘어 전국 혼인 증가율 1위를 기록한 대전은 작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혼인 감소세가 이어지다가 3월(5%)부터 두 달 연속 결혼이 늘었다. 대전시는 1월부터 만 19~39세 신혼부부에게 최대 500만원(초혼 남녀 1인당 250만원)의 ‘결혼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해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2020년부터 결혼 7년 차 이내 무주택 신혼부부에게 전세 자금 이자 상환액 가운데 최대 320만원을 지원하는 등 결혼 지원책을 시행하는 대구는 4월 결혼이 38% 가까이 늘어 전국 증가율 2위로 집계됐다. 지난 1월(29%)부터 4개월 연속으로 결혼이 늘었다. 대구 달서구청의 데이트 주선 행사도 20·30대 남녀들의 결혼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생도 19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

세계 최악 수준의 저출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올 들어 나타난 혼인 증가세가 출생아 수 증가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지난 4월 출생아 수가 증가세로 전환한 데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하고 첫째아 출산까지 평균적으로 2년이 걸리는데, 엔데믹 결혼 열풍 당시 혼인한 부부의 출산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하반기에도 출생아 수가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첫째 아이를 낳은 기혼 여성의 평균 결혼 생활 기간은 2.5년이고, 절반은 2년 안에 첫째 아이를 낳았다. 통계청 설명대로라면 적어도 내년 말까지 ‘엔데믹 결혼’ 열풍에 따른 출생아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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