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광화문 빗물 터널도 아직 미착공

이준우 기자 2024. 6. 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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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갈등에 사업 차질
지난 2022년 8월 8일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뉴스1

지난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강남역 등 서울 도심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2027년까지 강남역 등 침수 취약지 세 곳에 ‘대심도(大深度) 빗물 터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와 건설사가 공사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2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까스로 시공사를 찾긴 했지만, 공사가 늦어지면서 침수 피해가 수년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심도 빗물 터널은 지하 40~50m 아래에 대규모 터널을 만들어 집중호우 때 많은 양의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이다. 국내에는 2020년 완공된 양천구 신월동 빗물 터널이 유일하다. 이 터널이 생긴 후 신월동 일대는 한 번도 침수 피해가 없었다. 대규모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시는 강남역, 도림천, 광화문 등 3곳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2022년 9월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 계획을 발표할 당시 목표한 착공 시점은 2023년 하반기였다. 하지만 공사를 맡길 건설사를 찾지 못하며 착공이 계속 미뤄졌다. 애초 서울시는 공사비로 1조4103억원을 책정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사를 거치면서 1조2052억원으로 줄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공사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기재부의 관행적인 사업비 삭감까지 이뤄지면서 턱없이 낮은 금액에 공사가 발주되자 건설 업계에선 “원가에도 못 미친다”는 불만이 나왔다.

결국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진행한 입찰에 건설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서울시가 기재부를 설득해 사업비를 1조3689억원으로 증액한 끝에 지난 4월 참여 의향을 보이는 건설사들을 찾았고 현재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공사가 시작되는데, 순조롭게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가정해도 2028년 말 이후에나 빗물 터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 안전으로 연결되는 중요 프로젝트가 예산 당국의 경직적인 심사 때문에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주기적으로 공사비 인상이나 하락분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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