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속 입자가속기… 中, 7조원 들여 역대 최대로 건설

김효인 기자 2024. 6. 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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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총 100㎞ 2035년 완공예정
CERN의 입자가속기 아틀라스의 모습. /CERN

중국의 SF(공상과학) 소설 ‘삼체(三體)’에서 외계인들이 지구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으로 지목했던 입자가속기를 중국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건설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총 364억위안(약 6조9300억원) 예산이 투입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 공사가 2027년 시작된다고 24일 보도했다. 원형 전자-양성자 가속 충돌기(CEPC)로 명명된 중국의 차세대 입자가속기는 2035년 완공 예정이고, 길이는 총 100㎞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 입자가속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가속기(LHC)가 27㎞인데, 4배 규모로 기록을 경신한다는 것이다.

입자가속기는 양성자, 전자, 중이온 등 전하를 띤 입자를 가속해 충돌을 일으키는 장치다. 작은 규모의 가속기는 암세포를 타격하는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고, 반도체 품질 검증 등 상업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과학계에서 입자 가속기를 주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입자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양성자 등 극히 작은 소립자를 매우 빠른 속력까지 가속하려면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입자 가속기의 규모가 커질수록 입자에 가할 수 있는 에너지도 커지기 때문에 대규모 가속기가 등장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실험이 가능해진다.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나온 가장 대표적인 현대 물리학의 성과가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다. 힉스 입자는 모든 기본 입자의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힉스 입자가 존재한다는 가설이 나온 지 48년 만에 LHC 실험으로 존재가 입증됐다.

중국이 건설하는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도 강력한 힘으로 입자를 충돌시킴으로써 137억년 전 ‘우주 대폭발(Big Bang)’ 순간을 실제와 더 가깝게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우주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의 해답을 찾아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의 차세대 입자가속기가 성공하려면 막대한 비용 조달과 기술 확보라는 난관을 넘어야 한다. 입자가속기의 성능을 높이려면 규모뿐 아니라 입자가 통과할 궤도를 진공 상태에 가깝게 유지하는 기술, 강력한 자기장을 얻기 위한 초전도체 기술, 극저온 유지 등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을 갖추기 위해서는 들어가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중국이 차세대 입자가속기 자금 확보에 성공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도 차세대 입자가속기(FCC) 구축을 계획하고 자금 조달·입지 선정 등 절차에 들어갔지만 과정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차세대 입자가속기보다 3배 이상 많은 170억달러(약 23조4600억원)가 필요하고, 유럽 각국이 모여 진행하는 프로젝트여서 부지 선정에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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