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구원투수’ 첫 회의… “개발 로드맵 원점서 재검토”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반도체 사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이틀간의 글로벌 전략 회의를 26일 시작했다. 지난달 삼성 반도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부문장(부회장)이 주재하는 첫 전략 회의다. 올해는 예년처럼 1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참석하지 않고, 참가 인원을 확 줄여 필수 인력만 회의에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심도 있는 기술적 토론과 신속한 의사 결정을 중시하는 전영현 부회장의 스타일”이라고 했다.
전 부회장은 주요 임원진과 함께 메모리·파운드리·설계 전 분야를 점검하고, 하반기 고객사별 맞춤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엔비디아 검증 통과 방안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을 높여 경쟁사인 TSMC와의 격차를 줄일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고 한다.
◇전영현호 첫 전략 회의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글로벌 전략 회의에는 전 부회장을 비롯해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 사장과 해외 법인장 등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24~25일 이틀간은 사업부별로 판매 전략 회의가 열렸는데, 이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전 부회장과 사업부장들 간 위기 극복과 하반기 사업 전략 논의에 들어갔다. 특히 첫날에는 삼성전자가 기술적 강점을 가지고 있던 메모리 사업에서도 경쟁사에 밀리는 상황에 대해 자성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하는 ‘관료적 조직 문화’에 대해 전 부회장이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메모리 사업부와 관련해선 ‘HBM’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했다. 5세대 HBM의 엔비디아 품질 검증 통과 방안뿐 아니라 6세대 HBM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안건이 회의 주제로 올라갔다고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CEO 취임 후 한 달 동안 기존의 개발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원인에 대해 집중적인 보고를 받았다”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마련한 중단기 개발 계획을 이번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략 회의 안건에는 차세대 먹거리인 3D D램,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등 신기술 활용 전략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오픈소스 설루션 기업인 레드햇이 인증한 CXL 인프라를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CXL은 HBM 이후 반도체 기업들이 격전을 벌일 분야로 꼽힌다.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GPU(그래픽처리장치), CPU(중앙처리장치)를 메모리와 효율적으로 연결해 연산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2분기 실적도 좋을 듯
파운드리 부문은 하반기 이후 양산 공정 로드맵(중장기 계획)과 목표 수율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하반기 양산이 예정된 2세대 3나노 공정 수율 목표를 60%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계 1위 TSMC의 3나노 공정 수율이 60~70% 정도인데, 수율을 비슷하게 끌어올려 원가가 비싼 TSMC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앞세우는 무기는 독자 공정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다. TSMC가 쓰는 핀펫 기술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공정 관리와 수율 문제가 중요한 상황에서 반도체 부문 전략 회의를 앞두고 지난 24일 삼성 파운드리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일부가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웨이퍼 50여 장이 피해를 본 것으로 경미한 사고”라고 했다.
지난해 15조원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말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1분기 영업이익 1조9100억원에 이어 이번 2분기에는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반기 중 5세대 HBM 양산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뚜렷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고민거리다. 일각에선 3분기 중이라도 엔비디아 검증을 통과한다면, 실적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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