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行次 뒤 나팔
이홍렬 기자 2024. 6. 27. 00:31
본선 24강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원성진 九단 / 黑 셰얼하오 九단 흑>
白 원성진 九단 / 黑 셰얼하오 九단 흑>
<제13보>(180~212)=이 바둑의 시간 사용표를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시종 주도권을 행사했던 백이 초읽기에 몰리면서까지 시간 관리에 주력한 반면 흑은 불과 1시간 41분만 사용하고 완패했다. 셰얼하오는 특히 패배가 거의 확실해진 막판 때늦은 장고를 거듭했다. 원님 행차 다 지나간 뒤 뒤늦게 나팔 부는 격이라고 할까.
180, 182는 최선의 대응. 180으로 181에 두는 것은 흑 ‘가’, 백 ‘나’, 흑 ‘다’의 수순으로 백이 망한다. 시종 속기(速棋)로 일관하던 셰얼하오는 185에 갑자기 11분을 장고했다. 뒤이어 187에 투입한 시간은 19분. 흑백을 통틀어 이 바둑서 가장 오래 생각한 수다. 참고도 흑 1로 백 두 점을 사로잡는 변화를 검토한 시간이었지만 16까지 반격을 당해 손해가 크다고 보고 실행을 포기했다.
마지막 변화마저 무산돼선 역전을 기대할 곳이 없건만 셰얼하오는 돌을 거두지 못한다. 모처럼 올라온 본선인데 첫판에서 짐을 싸자니 못내 아쉬웠으리라. 30수 넘게 버티던 셰얼하오, 212를 보더니 비로소 패배를 인정했다. 계가를 한다면 흑이 반면(盤面)으로 1집가량 남는 정도. 6집 반 덤을 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형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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