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학+실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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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이 유지된다면 지금 사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바라는 노인 비율이 80%를 넘었다.
한국의 대학은 미국과 달리 도시 내 좋은 교통 입지에 있고, 부속병원이나 사회복지학과 등 노인 돌봄 관련 노하우를 가진 곳이 많다.
대학 토지와 시설, 인력 등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연금과 복지제도를 제대로 연계한다면 중산층 노인들의 소망인 '한곳에서 늙어가기'가 실현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올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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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이 유지된다면 지금 사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바라는 노인 비율이 80%를 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인들이 한곳에서 늙어가기란 쉽지 않다. 건강 외에 소득과 복지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작년 노인복지 예산은 약 23조원이었는데 여기에는 돌봄서비스, 노인 일자리 운영 사업 및 요양시설 확충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예산은 취약계층 노인 우선으로 짜여지므로, 중산층 노인들은 한곳에서 늙어가기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인 건강에는 친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친구와 함께 살던 동네를 떠나야 하는 상황은 계속 생긴다.
정부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는 민간 도움이 필요한데,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 사업 모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학가 실버타운인 UBRC는 요새 미국에서 많이 눈에 띈다. 미국의 전후 베이비부머들이 고령화함에 따라 고안된 모델로 베이비부머들이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은퇴 이후에도 배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사업모델이다.
노인들이 단순히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나 수강하는 것을 넘어서 캠퍼스에 전용 주택을 짓고, 입주자가 대학 도서관 및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노인들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내에서 세미나를 하거나 강의를 청강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개는 대학이 토지를 제공하고 전문회사가 유지 및 관리를 하지만, 대학이 직접 운영까지 하는 경우도 꽤 있다. 대학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입주 노인에겐 젊음이 넘치는 공간에서 지적 즐거움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는 사교의 장을 제공한다. UBRC에 정착한 노인들이 우울감을 덜 느낀다는 보고도 많다.
1차 베이비부머의 막내 격인 1963년생이 환갑을 넘겼다. 좀 있으면 2차 베이비부머(1968~1973년생)의 은퇴가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과 실버타운의 조합은 설득력이 있다. 교지 활용에 엄격한 우리 관련법을 정비하면 한국형 UBRC가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곳에서 늙어가기를 실현하는 데도 적합한 모델이 될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미국과 달리 도시 내 좋은 교통 입지에 있고, 부속병원이나 사회복지학과 등 노인 돌봄 관련 노하우를 가진 곳이 많다. 대학 토지와 시설, 인력 등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연금과 복지제도를 제대로 연계한다면 중산층 노인들의 소망인 ‘한곳에서 늙어가기’가 실현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올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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