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40] 노자의 무위(無爲) 유위(有爲) 자연(自然)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4. 6. 2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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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노자의 ‘도덕경’을 수 년 동안 공부해 보니 이 또한 ‘논어’와 마찬가지로 제왕학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논어’는 제왕의 치술(治術)과 심술(心術)을 겸하고 있는 데 반해 ‘도덕경’은 주로 제왕의 심술(心術)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 ‘논어’에는 임금뿐만 아니라 신하의 도리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데 반해 ‘도덕경’은 주로 임금의 도리에 집중하고 신하의 도리는 가끔 나올 뿐이다. ‘도덕경’에 대한 이런 궁금증을 푸는 열쇠는 다름 아닌 사마천 ‘사기’ 열전에 담겨 있었다. 사마천은 노자와 한비자를 합전(合傳)하여 ‘노자 한비 열전’을 지었다. 그것은 이 둘이 밀접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비자’를 읽어보면 제왕학 부분은 주로 ‘도덕경’을 인용해 풀이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러면 이해가 된다. 임금은 무위(無爲), 신하는 유위(有爲), 백성은 자연(自然)이 되는 것이다. 임금과 신하의 공통점은 오직 공(公)에 입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덕경’과 ‘한비자’는 공통 기반을 갖고 있다. 흥미롭게도 언어문자학 전공자인 중앙대 조은정 교수도 ‘죽간에 반영된 노자의 언어’라는 책에서 주어-술어 구조 분석을 통해 “통치자 중에서 왕(王)에게는 무위(無爲), 무사(無事-아무 일도 하지 말라), 호정(好靜-고요함을 좋아함), 불욕(不欲), 수박(守樸-질박함을 지킴) 등이 할당되고 보좌진에게는 과이불강(果而不强)이 할당된다고 말한다. 성과가 있어도 그것을 강하게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백성은 자연(自然), 자정(自定), 자정(自正), 자균(自均), 자박(自樸), 자위(自爲)하게 된다.”

결국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임금이 무위(無爲)하면 신하는 유위(有爲)하고 그러면 백성들은 자연(自然)스럽게 교화된다는 말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임금은 유위(有爲)하고 신하는 간신 짓이나 하면서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니 백성들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백성들은 힘들다는 말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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