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76] Bad shit happens to everybody
“마이애미 경찰서는 몇 년째 물이 새는 배였던 겁니다(Miami law enforcement’s been a leaky ship for years now).” FBI 요원 그라이스가 말한다. 마이애미 경찰서의 콘라드 반장이 마약 카르텔과 내통했다는 증거들이 나오는 가운데 FBI에서 내려온 수사팀이 윽박을 지르지만 마이애미 경찰들은 뭐라 대꾸할 염치가 없다. 콘라드 반장의 직속 부하였던 마이크와 마커스는 측근들을 조사하겠다는 그라이스에게 항의하며 고함을 친다. “내가 한패다! 나도 당장 수갑 채워!(I was with him! Put the cuffs on me right now!)” 영화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BAD BOYS: RIDE OR DIE·2024·사진)’는 이렇게 시작한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범죄자를 소탕하던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 분)는 콘라드 반장의 죽음을 목격한 후로 공황장애를 겪는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그에게도 콘라드의 죽음은 거대한 충격이다. 평생의 파트너인 마커스(마틴 로런스 분)는 처음 보는 마이크의 모습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잊지 마, 내가 옆에 있어(Just know you’re good).” 하지만 자기가 아끼는 사람들이 하나둘 죽는 모습을 목격한 마이크는 모든 게 자기 책임인 것만 같다.
마이크는 콘라드 반장을 죽인 사람의 얼굴을 아는 자신의 아들 아르만도(제이컵 시피오 분)를 감옥에서 꺼내고 본격적으로 콘라드의 누명을 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나 자신만만하던 예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르만도에게도 풀 죽은 모습을 보이는 마이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일만 일어나는 것 같아. 내가 저주받았단 생각까지 들어(Seems like bad shit happens to anybody I love, so.... Startin’ to think maybe I’m cursed).”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연민을 느끼는 아르만도가 덤덤하게 말하며 어깨를 툭 친다. “나쁜 일은 누구한테나 일어나는 거야(Bad shit happens to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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