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한 물 관리 기술로 이상기후에 대처하자

2024. 6. 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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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무더위를 보내니 장마가 찾아왔다.

지난해 내린 장맛비는 약 649mm로 역대 세 번째를 기록하며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그러나 논은 벼를 재배하기 위해 물을 가두는 기능이 있어, 비가 많이 오면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아 작물 생육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가뭄에 취약한 밭에서는 자동으로 토양수분을 측정하고 물을 공급하는 자동물대기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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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무더위를 보내니 장마가 찾아왔다. 반가울 때 내리는 비는 달콤한 ‘감우(甘雨)’, 지나치게 오래도록 사납게 내리는 비는 고약한 ‘고우(苦雨)’라 했다. 농업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던 우리나라에서 비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내리는 양이나 모습, 시기에 따라서 비를 부르는 이름도 60여개에 이른다.

장마철이 되면 조선시대 농민들은 삽과 호미를 들고 논밭과 물고랑 단속에 분주했다. 조정(朝廷)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조 2년(1393년) 장마 전에 노비들을 농촌으로 보내 농사를 돕게 했고, 태종 12년(1412년)에는 장마로 수해가 발생하자 곡식과 옷 등을 나눠줘 민심을 달래는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
현대에는 최첨단 기술이 발전했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여전히 무력하다. 연일 매체에 오르내리는 ‘역대급 폭우’, ‘역대급 장마’는 심각해지는 이상기상을 반영한다. 기후변화는 농작물의 안정생산을 방해하고 우리의 식량안보를 위협한다. 지난해 내린 장맛비는 약 649mm로 역대 세 번째를 기록하며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 마련과 빠른 실천이 필요한 문제다.

특히 노지에서 재배되는 식량작물은 이상기후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 우리나라는 쌀 수급 안정과 밭작물 자급률 향상을 위해 논에 벼 대신 콩 등을 심는 논 타작물 재배가 장려되고 있다. 이는 해외 곡물 의존도를 낮추고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논은 벼를 재배하기 위해 물을 가두는 기능이 있어, 비가 많이 오면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아 작물 생육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땅속에 배수관을 설치하는 땅속배수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관이나 압축된 왕겨를 이용해 물 빠짐 기능을 갖추면 논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밭작물 재배가 가능해진다. 강우량이 많을 때는 과도한 수분을 빠르게 배출해 토양 과습을 방지한다. 실제로 지난해 집중호우로 논콩 파종 면적의 약 35%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땅속배수기술이 적용된 논은 상대적으로 생산량 감소가 적었다. 여기에 땅속 물 높이를 조절하는 장치를 추가하면 강우량이 적을 때는 물을 가둬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가뭄에 취약한 밭에서는 자동으로 토양수분을 측정하고 물을 공급하는 자동물대기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노동력과 물 사용량을 줄이고 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설치한 농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 농업은 인공지능과 드론 등 첨단기술과 결합한 스마트농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밀 양·수분 관리를 비롯해 드론을 이용한 실시간 관측 및 약제살포, 인공지능 기반의 생육 모니터링, 병해충 진단 및 처방 기술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면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삼한시대의 수산제(守山堤)나 의림지(義林池), 백제시대의 벽골제(碧骨堤)는 당시 막대한 인력과 재정이 투입된 혁신적인 수리시설로,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기근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먼 미래에는 환경적 도전에 맞서 국내 농업을 지킨 중요한 제방(堤防)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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