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0.3% 불과한 ‘슈퍼전파자’, 美대선 허위정보 80% 퍼뜨렸다[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슈퍼 전파, 자동화된 봇 계정보다
특정 성향 사람이 주로 선별-공유
여성-고령층-공화당 지지자 많아
선거철만 되면 유독 기승을 부리는 것이 있다. ‘가짜 뉴스’라고도 불리는 허위 정보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조작된 정치 광고가 대량 유포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허위 정보 문제는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2년 대선과 최근 총선 과정에서도 각종 허위 정보가 진짜 뉴스와 뒤섞여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허위 정보는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어떤 사용자들에 의해 어떻게 퍼져 나가는 것일까?》
최근 발표된 두 연구는 허위 정보 생산자와 전파자라는 두 가지 다른 측면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정치 분야 유명 계정들이 생산하는 허위 정보에 주목한다.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정치인, 정당 관계자, 언론인, 저명한 학자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 엘리트’들의 ‘X’(옛 트위터) 계정을 분석했다. 정치 전문 팩트체크 웹사이트인 ‘PolitiFact’의 평가를 기반으로 각 계정이 얼마나 많은 거짓 정보를 생산하는지 수치화했다.
분석 결과,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 계정들이 진보 성향 계정들보다 더 많은 허위 정보를 생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거짓 정보를 자주 생산하는 정치 엘리트 계정을 팔로하는 사람들은 뉴스 콘텐츠의 질이 낮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는 경향을 보였다. 나아가, 이들은 독성이 강한 언어를 사용하고 도덕적 분노를 표출하는 경향도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정치적 극단주의와 허위 정보 노출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비대칭성을 발견했다. 즉, 보수 성향 사용자의 경우 정치적 극단주의가 심할수록 허위 정보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진보 성향 사용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연관성이 약하게 나타났다. 이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도 보수 성향일 경우 허위 정보의 영향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허위 정보를 활발하게 퍼뜨리는 사람들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2020년 미국 대선 기간 동안 ‘X’를 사용한 유권자 66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허위 정보의 ‘슈퍼 전파자’를 찾아냈다. 놀랍게도 전체 유권자의 단 0.3%에 불과한 이들이 전체 거짓 정보의 무려 80%를 공유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이다. 연구진은 슈퍼 전파자들을 △허위 정보는 아니지만 정치 뉴스를 많이 공유하는 사람들 △단순히 무작위로 추출한 ‘X’ 사용자 △허위 정보를 평균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 이렇게 세 집단과 비교했다. ‘그래픽’에서 볼 수 있듯이, 슈퍼 전파자들은 여성, 고령층, 그리고 보수 성향인 공화당 지지자의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여성 비율이 높은 현상은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진보 성향인 민주당 지지자들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슈퍼 전파가 자동화된 봇 계정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운영하는 계정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봇 탐지 도구와 직접적인 계정 분류를 통해 슈퍼 전파자 중 봇 계정의 비율이 7.1%를 넘지 않음을 확인했는데, 이는 허위 정보는 아니지만 정치 뉴스를 많이 공유하는 사람들의 봇 비율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즉, 슈퍼 전파자들은 대부분 자동화된 계정이 아닌, 자신의 판단에 따라 허위 정보를 선별하고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두 연구는 모두 허위 정보 생산 및 전파에 있어 기존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슈퍼 전파자들이 자동화된 봇이 아닌,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허위 정보 문제의 해결이 단순히 기술적인 차단이나 규제만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그럴듯하게 조작된 사진과 영상들이 등장하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따라서 단순히 허위 정보를 탐지하고 차단하는 기술적인 접근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허위 정보에 대한 맹목적인 분노나 비난보다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자리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왜 사람들은 허위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는 것일까? 어떤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이러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① Mosleh, Mohsen, and David G. Rand. “Measuring exposure to misinformation from political elites on Twitter.” Nature communications 13.1 (2022): 7144.
연구② Baribi-Bartov, Sahar, Briony Swire-Thompson, and Nir Grinberg. “Supersharers of fake news on Twitter.” Science 384.6699 (2024): 979-982.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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