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반대 케냐 청년 시위대, 의회 난입 방화…경찰 발포로 수십명 사상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6. 26. 22: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케냐 나이로비에서 25일 AK-47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과 보안 요원들이 시위대의 케냐 의회 진입을 막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프리카 케냐에서 25일 정부의 증세 정책에 반대해 벌어진 폭력 시위로 시위대 중 최소 5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증세 법안 통과를 막겠다며 의회로 몰려든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발포하면서다. 고물가와 실업으로 생활난이 극심해진 가운데 정부가 재정난 해결을 위해 세금 인상에 나서자 청년층의 분노가 폭발,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다. 케냐는 2013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참여한 이후 국가 부채가 급증, 재정의 약 3분의 1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케냐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 나이로비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증세 법안 처리에 나선 의회로 몰려들었다. 이들을 막는 과정에서 경찰이 실탄을 쐈고, 수십명이 총에 맞고 쓰러졌다. 로이터와 AP 등 외신은 “국회 밖에 여러 명이 쓰러져 있고, 시위대가 이들을 들어 옮기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1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케냐의료협회는 이날 “최소 5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며 “이 중 최소 13명이 총에 맞았다”고 집계했다.

시위대는 결국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의회에 난입했다. 소셜미디어엔 케냐 국기를 펼쳐 든 시위대가 의회 안을 활보하는 모습, 폐쇄된 의회(상원)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 또 의장석에 올라 윌리엄 루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모습 등이 올라왔다. 일부 시위대는 의회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앞서 케냐 정부가 추진한 증세 법안은 찬성 195표, 반대 106표로 가결됐다. 국회 의원들은 표결 직후 급히 몸을 피해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케냐 정부의 잇따른 증세로 촉발됐다. 케냐 정부는 지난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석유 제품에 붙는 세금을 대폭 인상한 데 이어, 최근 빵과 식용유, 위생용품 등 생필품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자동차세, 금융거래세의 인상에도 나섰다. 증세 규모는 총 27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지난달 중순부터 증세 철회와 루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됐고, 이달 들어서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했다.

급격한 민심 이반에 루토 대통령이 식료품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자동차세 인상안을 철회했지만 시위는 25일 전국 총파업을 계기로 절정에 달했다. 과격 시위에 대한 잇따른 경고와 강경 진압에도 케냐 젊은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반정부 메시지를 확산하며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루토 대통령은 25일 폭력 시위를 비난하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시위대는 그러나 경찰의 강경 진압에 책임을 묻는 한편, 세금 인상을 즉각 취소하라며 버티고 있다.

케냐가 무리한 증세에 나선 이유는 국내총생산(GDP)의 70%가 넘는 국가 부채 때문이다. 부채 상환에만 정부 재정의 약 37%를 쓰면서 매년 막대한 재정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나랏빚 상당 부분이 일대일로 사업으로 생긴 고이율의 악성 부채로 알려졌다. 케냐는 중국과 손잡고 벌인 총연장 580㎞의 신규 철도 사업과 내륙 컨테이너 터미널 사업 등으로만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빚졌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케냐가 중국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9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