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놀 곳 없는 우리 아이들…“어른들의 이기심” vs “시끄러워” 소송전

사진=뉴스1

아파트 단지 내 마련된 어린이 놀이터를 두고 입주민 간 분쟁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뛰어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선 아이들이 뛰어놀라고 만든 공간에서 소음을 지적하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어린이들 공놀이를 두고 분쟁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단지다.

26일 이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관리사무소는 지난 5월 놀이터에 ‘공놀이 금지’ 경고문을 붙였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놀이터 공놀이와 관련 민원이 있어 해당 공고문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입주민들은 권리를 침해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 A씨 부부는 입주민으로서 자녀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관리사무소가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또 지난 5월 31일 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논란이 일자 관리사무소 측은 현재 해당 공고문을 ‘공놀이 금지’에서 ‘자제’로 변경했고 이후 공고문을 제거했다.

A씨 부부 외에도 공놀이 금지 안내를 보고 일부 주민들이 관리사무소 측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공놀이 금지가 어린이 권리 침해 등 조치로 UN아동협약 31조 위반, ‘아동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또 아파트 운영위원회 등의 의견을 거치지 않은 사안으로 관리사무소가 주민의 권리를 제한했다는 판단이다.

한편 앞서 서울의 한 동네에서도 아이들에게 공놀이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사진=KBS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3월 현수막은 서울에 있는 한 어린이 공원에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어린이 공원 내 축구, 야구 등 공놀이를 자제해 달라’면서 ‘이웃 주민들이 공 튀기는 소음에 힘들어한다’고 적혀있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집 근처인 이 놀이터에서 공놀이하자 불편하다는 것인데, 이 지역 주민들은 해당 구청에 민원 제기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할 구청은 논란이 커지자 “민원이 다수 있었다”면서 “아이들이 공놀이하는 걸 금지할 수는 없으니 공놀이하더라도 과도한 소음을 내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는 취지로 현수막을 내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