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20분, 경계 경보 발령”...적색비상 뜨자 직원들 초긴장
태양광 40% 있는 호남 흐리고
수도권 폭염 때가 최악 상황
원전 1기 멈추면 바로 대정전
‘경계 → 심각’ 긴장 최고조로
최대전력 수요 해마다 증가
작년 기록 올해 여름 깰수도
올 전력피크 8월 둘째주 예상
상황실장이 마크를 잡았다. 김 실장은 “현 시각부로 수급비상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며 “관심단계 조치사항을 신속히 이행하고 결과를 즉시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비상근무 직원들이 일제히 큰 소리고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각 팀별 보고가 숨가쁘게 이어졌다.
수요2팀 직원은 “냉방기기 원격제어를 시행해 약 50MW의 예비력을 확보했다”며 “긴급절전에 대비해 약정고객 131만 고객에게 사전안내를 실시하겠다. 약정량은 650MW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650MW면 원전1기 절반에 해당한다.
4시 20분. 다급한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수요1팀 직원이 “예비력이 2500MW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거래소에서 수급비상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며 상황실장에게 보고했다. ‘준비-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전력수급 비상 5단계 중 ‘경계’ 단계에선 적색비상이 발령되고 부하차단(순환정전) 안내가 이뤄진다.
순환정전은 강제로 일부 지역에 전기 공급을 막는 조치다. 전체 전력망이 다운되는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대정전 사태가 벌어지는걸 막기 위해서다.
가상의 훈련 상황 시나리오지만 향후 이상기후가 악화될 경우 현실화될 수 있는 미래다. ‘약한 고리’는 태양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태양광 발전 설비 규모는 23.9GW로 원전 약 20기 규모에 달한다. 이 중 42%인 10GW 발전기가 호남에 집중됐다. 호남은 흐리거나 비가 오는데 전력 사용이 많은 수도권에 폭염이 지속되면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폭염에 열돔현상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최고기온도 치솟는 경우다. 고장나거나 정비 중인 발전기를 빼고 올 여름 가동할 수 있는 발전기 총량이 104.2GW 인데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 블랙아웃이 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와 브리스톨대 연구팀이 네이처에 실은 논문을 보면 지구 평균기온이 1.5~2도 상승할 경우 한국의 냉방에너지는 지금보다 10.6%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월 둘째주 92.3~97.2GW에 이를 전망인데, 10%가 추가되면 단숨에 100GW를 넘게 되면서 비상단계가 ‘관심’으로 올라간다.
전력당국의 최대전력 수요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는 공포감도 없지 않다. 역대 최악의 ‘대정전’으로 불렸던 2011년 9월 15일 사태는 사실 정부가 순환정전에 나선 것이다. 8월 전력 피크이후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한 발전사들이 발전기 정비에 많이 들어갔는데 갑자기 수요가 몰리자 발생했다. 당시 블랙아웃을 막으려고 한전은 일부 지역 전기를 끊었다. 접수된 피해 신고만 9000건, 피해액은 61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전력당국은 8월 둘째주 오후 5시경 전력수요가 최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9월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26일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경기 신가평 변전소를 방문했다. 최 차관은 “올 여름은 평년보다 무더울 것으로 전망돼 전력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력설비를 철저히 관리해 피크시기에도 전력 공급에 이상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일단 사귀기만 하면 용돈 100만원, 결혼땐 2천만원 지원”…부산 사하구 파격사업 ‘눈길’ -
- 맨몸으로 침대에 누워 여성 속옷 올려놓고…‘파격’ 박재범, 무슨일이 - 매일경제
- 갓 전역 20대男 “헬스장 화장실 갔다가 성추행범 몰려”...그런데 경찰서 게시판 난리 왜? - 매일
- [영상]세계랭킹 8위 ‘애연가’ 유명 女골퍼, 경기중 팬이 담배 주자 한 행동 - 매일경제
- “오늘은 나도 문 닫는다” 5월에만 1200곳 눈물의 폐업…아파트 거래 늘어나는데 사라지는 중개
- “딸 줄에 묶고 다녀라”…대형개 입마개 요구에 ‘발끈’ 12만 유튜버, 사과 - 매일경제
- 알리-테무 잘 나갈줄 알았는데...中 물류센터 공실 수년만에 최고치 - 매일경제
- 북한군 우크라 파병 예의주시…“러시아 총알받이 될 것” 美국방부 경고 - 매일경제
- 폭스바겐 7조원 투자 발표에…국내 이 종목 난리났다, 일제히 급등 - 매일경제
- 류현진도 못한 경험, 김하성이 해본다...현지 인기 입증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