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격변 등 위기…시민 참여로 돌파해야”[2024 경향포럼]
핀란드 마우눌라 하우스 실험
시민 중심 민주주의 성공 모델
다양한 입장·요구 파악 관건
핀란드 수도 헬싱키 북부, 주민 7000여명이 사는 마우눌라 지역에는 ‘마우눌라 하우스’라 불리는 공간이 있다. 청소년 수련관, 공공도서관, 시민교육센터 등 여러 시설이 공존하는 이곳은 이 지역 숙의민주주의의 중심지다. 주민들은 이 건물 안에서 수시로 포럼과 회의를 연다. 지역(민)에 필요한 정책을 스스로 만들고 투표를 통해 결정도 직접 한다. 2017년 시작된 마우눌라 하우스의 실험은 ‘시민 중심 민주주의 모델’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에밀리아 팔로넨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47)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마우눌라의 실험은 시민의 (정책) 참여를 촉진시키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위기에 놓인 민주주의의 돌파구의 하나로 제안했다.
유럽 포퓰리즘 연구의 권위자인 팔로넨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핀란드 민주주의의 발전방향 - 다양성과 포용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주민 대표로서 마우눌라 하우스 건축 과정에 참여했다.
팔로넨 교수는 한국 인구가 핀란드 인구(약 555만명)의 10배에 달하는 만큼 주민참여형 민주주의의 난도가 높을 수 있다면서도 “다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분명 더 나은 방안이 나올 수 있다”며 “이때 참여자들의 이질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팔로넨 교수는 “현재 핀란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핀란드는 지금 변화의 시기를 통과 중이다. 지난해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이 됐다. 오랜 시간 고수해온 비동맹정책을 포기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같은 시기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연합당이 승리하며 ‘세계 최연소 총리’ 산나 마린(39)이 이끌던 중도 좌파 정부가 실각했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는 ‘가위’를 들었다. 예산을 삭감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것인데, 이민자 계층과 시민사회단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인종 차별도 심해져 이달 들어서만 두 건의 혐오범죄가 일어났다. 이민자 증가와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따른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팔로넨 교수는 “다양성과 포용의 회복이 시급하다”며 민주주의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핀란드는 민주주의 도전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연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입장과 필요를 파악하고, 이를 더욱 수평하게 반영해 해법과 연계시켜야 합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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