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사적 제재 등 혐오…한국은 선택적 인종차별국”[2024 경향포럼]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전 국회의원)은 26일 한국 사회를 ‘선택적 인종차별 국가’로 정의하고 “서로 다른 집단의 갈등을 조정하고 규칙을 정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 강연에서 “한국 정치의 양당제와 소선거구제가 양당 독점, 승자 독식 정치를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사적으로 강제 체포·검문해 논란이 된 극우 인사가 4·10 총선에 출마한 사례와 이주민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사실 등을 언급하며 “막말과 혐오 발언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쉬운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은 인종차별 피해국인 동시에 가해국”이라며 “경제·문화가 발전된 선진국 출신 외국인과 저개발국가 출신 외국인을 서열화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에 대해 “(정치인이) 당선되려면 상대를 찍어눌러야 하고, 극단적 대립과 진영 싸움으로 토론과 대화는 사라졌다”며 “선거 때마다 여성·장애인·이주민·성소수자를 고립시키는 혐오 발언이 판을 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혐오와 갈등을 증폭하는 데는 현행 정치제도의 문제도 작용한다고 봤다. 그는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도입됐으나, 한국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 중 비례대표 의석 비율(15.7%)이 가장 낮다”며 “300명의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은 20%, 청년은 5%, 장애인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250만명 이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현 선거제도로는 차별과 혐오를 종식할 수 없다. 제도 마련과 의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과 일본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미 세계적 흐름을 넘어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혐오·차별 인식 개선과 관련해서는 “혐오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혐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등이 ‘여성혐오 범죄’로 인식하게 된 점을 언급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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