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더 진화된 방식의 블랙리스트 시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오픈 세미나', 윤석열 정부 시기 벌어진 '검열 일지' 발표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2022년 5월13일 광주광역시가 '호명 5·18거리미술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이 걸리자 보조금 지원사업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후원을 취소했다. 윤 대통령 취임 사흘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이후에도 예술계에서 검열 논란이 벌어졌다.
2022년 7월16일 행정안전부가 전주시에 위탁한 기관 '전주시 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가 주최한 '페미니즘예술제'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작가3인 퇴출.
2022년 8월23일 EBS가 'EBS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된 '금정굴 이야기'가 공정성 등 부합하지 않는다며 방송불가 판정.
2022년 9월26일 행정안전부가 개입해 부마민주항쟁 기념재단이 기획한 기념행사에서 가수 이랑의 노래를 검열하고 공연 배제.
2022년 10월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만화진흥원 주최 '전국 학생 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 전시가 학생의 창작 욕구를 고취하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한 '윤석열차' 사건.
2022년 10월 춘천시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가 김건희 여사 풍자시에 대해 전시를 중단한 사건.
2022년 10월27일 대전광역시가 대전평생교육진흥원 개최 북콘서트 참여작가 성향 이유로 불허.
2023년 1월8일 국회사무처가 '2023굿바이전인서울' 검열해 기습철거.
2023년 4월 대구광역시 종교화합자문위가 베토벤 제9번 교향곡을 종교편향적이라며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공연 불허.
2023년 4월18일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에 전시회를 위한 로비 사용 허가 조상을 신설해 사전검열을 제도화.
2023년 5월 예술의전당이 베토벤 제9번 교향곡 합창 공연 제목을 문제 삼아 대구에서 이 곡이 종교편향으로 논란됐다며 팸플릿 배포를 막은 검열사건.
2023년 5월30일 인천광역시가 공모사업에 선정된 '인천여성영화제'에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 제외할 것'을 요구하며 시정하지 않을 시 지원할 수 없다고 한 검열사건.
2023년 6월 경북 경산시가 제13회 경산시민 독서감상문대회에 조국·유시민이 집필한 책 등이 선정되자 보조금 지원사업에 '좌편향' 항의 민원을 이유로 주최 측에 도서선정 재고를 요구하고 이후 해당 책이 선정도서에서 제외된 검열사건.
2023년 6월 특정 학부모들 주장에 따른 지자체들의 페미니즘·성소수자 관련 아동청소년 도서 검열 확산.
2023년 10월 서초구, 송파구 공공도서관 퀴어마이프렌즈 상영취소.
2023년 12월 국회 신학철 '모내기' 전시 불허.
2024년 2월2일 서울시가 서울시장애인인권영화제(단체)를 배제하며 서울시장애인인권영화제 개최 취소.
2024년 3월 경기도교육청의 성평등·성교육·페미니즘 도서 도서관 2528권 대규모 폐기.
2024년 5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차세대 미래 관객 육성 사업 검열.
2024년 5월 성북문화재단 '동네예술 광부전' 참여작가와 협력단체 검열 배제.
이는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디렉터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이 국회에서 개최한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오픈 세미나'에서 발표한 윤석열 정부 시기 벌어진 '검열 일지'로 총 20건이다. 정 디렉터는 지난해 6월10일 '지키자, 민주주의' 문화제에서 경찰이 예술인을 강제로 해산한 사건과 지난해 6월14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블랙리스트 책임자 오정희 홍보대사 임명 철회 기자회견을 마친 예술인들이 관람하려고 하자 대통령경호처가 이들을 강제로 진압한 사건 등 '예술인을 향한 직접 폭력 사건'도 함께 제시했다.
정 디렉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책임자인 유인촌 장관이 다시 복귀하는 등 윤석열 정부는 더 진화된 방식의 블랙리스트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정책을 수용하면서 문체부는 물론 행정기관 전반에 걸쳐 자기검열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 강화와 블랙리스트 정책 재가동에 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정 디렉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규명, 피해 보상과 명예회복, 재발방지 대책 등이 미진하다면서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은 뉴라이트 문화 인사들의 귀환, 다시 시작되는 예술검열로 대표된다”며 “블랙리스트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포스트 블랙리스트'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난 2022년 제정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 보장법)이 표현의 자유와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보장, 성평등한 예술환경의 조성, 예술인 권리 구제를 위한 행정 조직 구성 등의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각종 신고와 피해 구제 절차를 처리할 예술인보호관의 지위가 공무원으로 한정된 점, 예술인 권리보장 위원회에 충분한 조사권이 부여되지 않는 점 등을 개선할 과제로 꼽았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강신하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발생한 표현의 자유 침해사건에 대해서 '예술인 권리보장 위원회'가 아무런 조사를 하고 있지 않다”며 “문체부가 지원하는 위원회가 가해자인 문체부를 스스로 조사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을 개정해 문체부 장관 소속이 아닌 독립된 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장호 문화연대 문화정책위원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처벌이나 규제 근거가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국가나 공무원들이 블랙리스트 실행에 가담했을 때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근거를 만들자고 한 게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출발이었는데 법 제정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다 빠졌다”고 지적했다.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모임의 원승환 활동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대응은 과거 실행됐던 사건에 대한 대응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대응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공무원들 역시 블랙리스트 사건을 심각하게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벌칙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행사를 주최하고 사회를 맡은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문화 예술계의 폭력이 내재화된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내재화된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강 의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을 방지하고 헌법에 따른 '예술가의 권리'를 법률로 만든 예술인의 기본법인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정의와 처벌조항을 신설한 실효성있는 예술인권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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