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보모 된 심리상담가 [책이 된 웹소설: 환생했더니 단종의 보모나인]

김상훈 기자 2024. 6. 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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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더니 단종의 보모나인
소년왕 단종을 향한 안타까움
대체역사물과 로맨스의 결합
현대인 심리상담가가 조선시대로 가며 단종의 육아와 함께 역사적 흐름을 바꾼다.[사진=펙셀]

단종은 사도세자와 함께 조선 왕실의 비극적 인물 중 한명으로 꼽힌다. 12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은 불과 1년 만에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실권을 빼앗긴다. 마침내 유배지로 내몰린 그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는다.

단종은 보호자 없이 혈혈단신으로 왕위에 오른다. 태어나자마자 생모인 현덕왕후가 목숨을 잃었다. 할아버지인 세종도 9살의 나이에 이별했다. 세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아버지 문종마저 세상을 뜨자 그를 지켜줄 이는 남아 있지 않았다. 실록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적혀 있지만, 실록을 제외한 야사와 문집에는 '살해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세조와 단종, 야심 찬 숙부와 비극의 소년왕이라는 구도는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웹소설의 대체역사 장르에선 단종을 주로 다뤘다. 「죽지 않는 왕-무왕 단종」이나 「단종이 너무 강함」처럼 주인공이 단종이 돼 수양대군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조선을 통치하는 내용이 많다.

주변 인물이 주인공인 경우 문종이나 세종의 수명을 늘려 단종의 성장을 돕거나 수양대군을 견제하기도 한다. 윤인수 작가의 웹소설 「환생했더니 단종의 보모나인」은 제목 그대로 단종의 보호자가 된 주인공이 역사의 비극을 피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작품은 현대 대한민국의 심리상담가 '권윤서'가 조선 시대 현덕왕후의 친척이자 나인 권씨 몸에 빙의하며 시작한다. 현덕왕후와 권씨의 단종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기적을 일으킨 거다.

주인공은 단종의 보모로서 그의 곁을 지키며 비극적 운명을 바꾸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단종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세종과 문종, 수양대군 등 역사적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특히 주인공이 심리상담가라는 점을 살려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해 몰입을 높였다.

작품은 육아와 로맨스 요소를 적절히 결합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리상담가인 주인공은 단종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며 교류한다. 현대인인 주인공과 조선인 문종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는 연애 묘사는 섬세하다. 어린 단종을 '우리 홍위'라고 부르고 아끼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 또한 어느 순간 단종을 '우리 홍위'라 친숙하게 부르게 된다.

낯선 조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시간이 홍위에게 흘러들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로 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는 윤서의 눈이 뜨거워졌다. 이렇게 피어나는 아이와 함께라면 도망치지 않고도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힘을 내어, 용기를 내어 이 궐 속의 삶을 꿈꿔볼 만하지 않은가.
「환생했더니 단종의 보모나인」 중

[사진=문피아 제공]

작품은 육아와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대체역사물 특유의 매력까지 챙겼다.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은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조선의 모습을 점차 바꿔나간다. 의학 지식과 위생 관념을 도입해 왕실의 건강을 지키고, 농업과 상업 발전에 경제학을 활용한다. 문종, 세종과 협력 속에서 이뤄지는 개혁은 조선을 더욱 강력하고 번영하게 만든다.

「환생했더니 단종의 보모나인」은 대체역사 소설과 로맨스 소설을 절묘하게 결합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주인공의 관점과 지식을 활용해 비극적 운명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대체역사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로맨스 소설 독자도, 반대로 로맨스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대체역사 소설 독자도 모두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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