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엔 영정 대신 꽃만…
신원 미확인에 유족 발 동동
“손자, 손녀 되는 애들이 죽었어.”
26일 오후 3시20분쯤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의 유가족 쉼터가 마련된 경기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 3층에서 만난 유족 A씨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A씨는 “아직 신원 확인이 안 돼서 어디에 안치돼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일단 집에 가 있으려고 한다”고 했다. 지친 표정의 그는 아내와 함께 누림센터 밖으로 나갔다.
같은 날 중국 동포 이모씨(40대)는 “중국에 있는 형수가 틱톡에서 화재 사고 사망자 명단을 보냈는데 우리 5촌 조카 이름이 있다”며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이씨는 조카 B씨(23)가 정말 이번 사고의 희생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청에 왔다고 했다. 이씨가 들어 보인 틱톡 캡처 사진에는 사망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름, 성별, 생년월일, 국적 등이 표로 정리돼 있었다. 이씨가 시청에서 센터를 찾아 헤매는 동안 이씨의 부인 등 다른 가족들에게 걸려오는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의 유족 중에는 지난해 오송 참사 등 ‘참사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도 있다. 충북지역 언론사인 ‘충북인뉴스’의 김남균 기자는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사망자 중 한 분은 회사 동료의 배우자”라며 “희생자는 고등학교 1학년 막내를 둔 세 아이의 아빠”라고 전했다.
이어 “제 동료는 사고 직전까지 오송 참사를 비롯해 산재사망사고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로 지금 화성 화재 참사 한가운데 있다”라며 “아침에 출근했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날 화성시청 로비 1층에는 이번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하지만 희생자 신원이 아직 상당수 확인되지 않아 분향소 단상은 영정사진도 없이 꽃만 놓인 채 텅 비어 있었다.
시민들은 헌화한 뒤 묵념을 하며 애도를 표했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로 보이는 이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한 중년 여성은 일행 2명과 함께 찾아와 헌화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전 8시50분쯤 분향소를 찾은 김한종씨(55)는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안전관리에 대해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예슬·김태희·강정의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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