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김용원·이충상은 어떻게 인권위원이 됐나

안홍욱 기자 2024. 6. 2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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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 두 명의 별종이 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다. 이들의 언행은 기이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지경이다. 두 사람 때문에 인권위에선 연일 난장이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은 군인권보호관을 겸직한다. 군인권보호관은 상습적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윤 일병 유족들이 재조사해달라고 낸 진정을 각하하고, 항의하는 유족들을 고소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국방부의 압력에 긴급구제 요청을 했지만, 일방적으로 기각했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다. 김 위원이 기각 결정 보름 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위원은 인권위 회의 석상에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에 “버릇없다”고 하고, 인권단체를 “인권 장사치”라 폄훼했다. 고위 공직자의 품위, 인권위원의 품격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위원의 혐오발언도 다 나열하려면 숨이 차다. 그는 “기저귀를 차고 사는 게이”라는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했다.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혐오발언이 아니다’라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가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놀기 위해 너무 많이 모였다가 발생한 것” “5·18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냐”고 언급해 공분을 샀다. 급기야 국제인권단체가 이 위원의 반인권적 행태에 항의하는 공개 서한을 인권위에 보내며, ‘인권위원들의 혐오발언을 방지할 체계를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나라 망신이다.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업무보고에서 두 위원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권위를 망가뜨리려고 작정하고 벌인 일 아닌가 의심됩니다.”(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생각해보는 범위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송 위원장)

송 위원장은 에둘렀지만, 두 위원이 엇나가는 근원적 이유를 윤석열 정부에서 찾고 있다. 인권위원 11명 중 대통령이 위원장 등 4명을, 국회에서 여야가 2명씩 4명을,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추천한다. 김 위원은 지난해 2월 윤 대통령 지명으로, 이 위원은 2022년 10월 국민의힘 몫으로 상임위원이 됐다. 인권감수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인권위원이 됐다는 건 ‘인사 참사’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할 생각이 없었거나, 일부러 이런 인사를 임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 김 위원은 윤석열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이 위원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부·여당과 코드가 맞는 인사인 셈이다. 그러니 이들의 판단 근거는 헌법과 국제인권 규범이 아니라, 자신을 추천한 윤석열 정부의 이해와 요구일 것이다.

두 사람이 9월3일로 임기가 끝나는 송 위원장의 후임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둘 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다. 이들은 ‘김광동 벤치마킹’을 시도하는 듯하다. ‘5·18 북한 개입설은 가능한 의혹’이라고 망발을 했던 뉴라이트 출신 김광동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상임위원 임기 도중, 윤석열 정부에서 위원장이 됐다. 윤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희화화될 인권위원장을 지명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남규선 상임위원(8월5일·더불어민주당 추천), 김수정(8월26일·대법원장 지명)·한석훈(10월14일·국민의힘 추천) 비상임위원 임기도 올해 만료된다. 반인권 인사가 인권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인권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나머지 상임·비상임위원 10명은 해당 기관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끝이다. 검증에 한계가 분명하다.

그 대안으로 독립적인 후보추천기구를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제인권기구가 한국 정부에 오래전부터 권고하고 있는 사안이다. 단일 추천위에서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하고, 인권위원의 성별·출신 배경을 조화롭게 구성할 수도 있다. 현 위원 11명 중 법조인 출신이 8명이라, 특정 직군 편중이 심하다. 2017년 인권위 혁신위원회가 권고한 것처럼, 인권위 운영에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상임위원 3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이 문을 두드리는 곳이다. 인권의 최후 보루를 굳건히 하는 것은 더디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김·이 위원이 그 반면교사다. 인권위 설립은 김대중 정부의 소중한 성과이다. 민주당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안홍욱 논설위원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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