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의 경제읽기]다이먼 회장의 인사이트
최근 한 세미나에서 JP모건 CEO인 제이미 다이먼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시장)금리가 8%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질문이었다. 실제 다이먼 회장이 인터뷰에서 8%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정확하게는 향후 미국 금리가 2~8%의 넓은 범위 안에 위치할 수 있고, 이에 JP모건은 이런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제이미 다이먼은 미래의 특정 금리를 예측해서 이에 맞춰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리스크 시나리오들을 감안, 신중한 경영을 하는 인물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그리고 지난해 은행위기 당시에도 현명한 위기 대응과 부실 금융기관 인수 등을 통해 JP모건의 위상을 높여왔는데, 이런 다양한 리스크를 시나리오별로 사전에 준비하는 그의 인사이트가 빛을 발했던 것이다.
물론 내가 다이먼 회장의 복심을 알지는 못하지만 저 정도로 넓은 국채 금리의 범위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국 국채 금리의 높은 변동성에 주목한다. 2022년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절정에 달했을 때 4.3%를 기록했던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2023년 상반기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및 연준의 조기 피벗 기대를 반영하면서 3%대 중반까지 밀려 내려간 바 있다. 그러나 의외로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 경제 상황과 이로 인해 미국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2023년 하반기에는 다시금 미국 10년 금리가 장중 5.0%를 넘어섰다. 그리고 고금리 공포가 시장에 자리 잡을 즈음 연준 파월 의장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 시사에 힘입어 재차 피벗 기대가 살아나며 올해 초 다시 3.8%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연초에 연내 6~7차례를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1~2차례로 줄어들게 되면서 금리가 다시 반등한 상황이다.
안정적이라는 미국의 국채 금리 흐름이 최근 들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국채 시장의 수급이 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 국채 매입에 앞장섰던 주체로는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 장기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였던 연준과 대규모 무역 흑자에 힘입어 벌어들인 달러를 미 국채 매입으로 소화했던 중국 인민은행, 그리고 크게 늘어난 예금을 미국 장기 국채를 사들이며 운용했던 미국 시중은행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준은 사들였던 국채를 조금씩 줄이는 양적긴축에 돌입했고, 중국 인민은행 역시 미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으며, 지난해 SVB 사태 이후 미국 시중은행들의 미국 장기채 매수세 역시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이런 국채 수요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바로 헤지펀드이다. 다만 이들은 앞서 언급되었던 투자 주체들보다는 투자 시계열이 매우 짧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단기 레버리지 투자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높은 금리 변동성을 보여주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이런 수급상의 요인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채권 시장의 투자 심리를 이끄는 연준의 스탠스이다. 앞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때에도 연준의 오락가락 행보가 시장의 기대를 바꾸고, 여기에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투자까지 가세하면서 금리 변동성을 높인 것이다. 현재 연준은 과소 긴축과 과다 긴축, 이 두 가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1년 이상 이어진 고금리의 효과가 현실화되면 고물가 제압을 넘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이를 막고자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된다면 열기를 더해가는 미국의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을 더욱 달구게 되고 이는 자산 가격 상승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높일 수 있다.
딜레마 상황 속에서 연준이 성급하게 시장에 시그널을 던지고, 이를 계속적으로 번복할 때 미국채 시장의 변동성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다이먼 회장의 금리 관련 인사이트를 곱씹어봐야 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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