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위기’ LG 켈리, 퍼펙트 게임 문 앞까지…“최대한 즐기려고 노력”
윤정빈에 피안타…대기록은 실패
염경엽 감독 “좀 더 지켜봐야 될 듯”
케이시 켈리(35·LG)의 투구 이닝이 길어질수록 잠실벌이 달아올랐다. 모두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새 페이지를 기다리며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비록 ‘퍼펙트 게임’이란 대기록에는 실패했지만 LG 팬과 선수, 코치진까지 한마음으로 숨죽인 시간이었다.
켈리는 지난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8회까지 상대 타자를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한 회만 더 버티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 게임이 탄생할 수 있었다.
7회초부터 LG 팬들은 켈리의 이름을 힘차게 연호했다. 켈리는 경기 뒤 “7회에 마운드에 오를 때 관중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는 걸 들으며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인생에 딱 한 번 오는 기회이기에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그아웃은 애써 기대감을 누르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결승 홈런을 친 3루수 문보경(24·LG)은 경기 후 “(켈리가 퍼펙트 투구를 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는데 7회쯤 오늘 경기가 좀 빨리 끝난다 싶어서 전광판을 보니 0-0-0이었다. 그때부터 발이 안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신)민재형도 ‘야, 우리 그거(퍼펙트) 중이야’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혹여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대기록을 망칠까봐 다들 긴장했다.
켈리와 퍼펙트를 함께 만들어나간 포수 박동원, 뒤에서 수비를 책임지는 야수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9회초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안타를 맞는 순간 꿈이 끝났다. 포수 박동원은 켈리를 포옹하며 “우리가 퍼펙트 게임 문 앞까지 갔는데 얼마나 멋있냐, 잘했다”고 다독였고 팬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켈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켈리는 경기가 끝난 뒤 모자를 벗고 1루 쪽을 향해 인사했다. 그는 “많이 기대하고 있었던 팬분들을 향한 감사 인사이기도 했고, 안타를 친 윤정빈 선수를 향한 인사이기도 했다”며 웃었다.
켈리는 기대에 조금 모자란 성적으로 ‘교체 대상’으로 분류됐다. LG는 일찌감치 미국에서 새 외인을 찾던 중이었다. 그러나 퍼펙트 게임에 가까운 완봉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차명석 LG 단장은 26일 통화에서 “선수 교체는 현장의 의견이 전적으로 중요하다. 지금 결정하기는 애매해졌다. 좀 더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염경엽 LG 감독도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켈리와 엔스보다 나은 투수를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진·이두리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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